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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년 12월 30일 11분, 사랑의 의미

11분, 사랑의 의미

from 누림의 꿈 12 30, 2009 14:56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은 의식주 세가지만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필요들은 생활 속에서 쉽게 언급되지 않는데, 부끄럽거나 점잖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러 형태의 문화 속에서 가장 빈번하게 만나는 것 또한 그런 것들이다. 아마 내가 무엇을 말하는지 대강 눈치챘으리라.

남자와 여자에겐 많은 차이가 있지만, 사랑을 대하는 태도만큼 다른 것도 많지 않을 것이다. 사실 인간과 인간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회 속에서의 많은 갈등은 남녀간의 사랑에서 비롯되거나 바로 그 사랑이 핵심 문제이다. 그리고 혈연관계가 아닌 한 대체로 남녀간의 사랑 - 플라토닉이든 아가페든 또는 뭐라 부르든 그 사랑 - 은 섹스와 연관되기 마련이다(혹은 표현이 거북하다면 스킨쉽이라든가).

매일 아침, 같은 시간 같은 등교길을 공유하던 한 소녀와 소년이 있었다. 소녀는 소년을 마음에 두고 있었지만 소년이 내민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쳤고, 소녀의 사랑은 끝났다. 소녀는 다시 사랑을 만나지만, 서툰 키스에 사랑을 빼앗겨버리고 만다. 그 후 사랑을 하지 않으면서 사랑을 하던 소녀는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한 남자를 만나고, 부와 명예를 위해, 부푼 가슴으로 스위스를 향한다. 하지만 그곳에서의 삶은 가혹했고, 소녀는 돈을 위해 사랑없는 사랑에 자신을 넘긴다. 그런 소녀에게 한 소년이 빛을 발견해주었고, 사랑을 찾아주었고, 쾌락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그 사랑을 진실한 사랑으로 만들기 위해 소녀는 고향 브라질로 떠난다.

11분이라는 제목의 의미는 성행위를 의미한다. 남자가 여자에게 들어가 모든 것을 마치는 시간, 그 평균 지속시간이 11분인데, 세상은 그 11분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제목이 말하는 것처럼 소설 또한 - 위에서는 사랑 타령을 했지만 - 성관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게 그거 아닌가. 알다시피 사랑과 섹스는 떼어놓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 아니던가.

사랑을 잃고, 사랑에 배신당하고, 남자에게 속고, 가진 것 없이 낯선 땅에 떨어진 한 여자가 생계를 위해, 그리고 가족을 위해 몸을 팔게 되었지만, 사랑에 대해 고민하고, 육체 관계에 대해 깨달아가고, 사랑을 만나고, 사랑과 성관계의 진실된 연결 고리를 찾아가는, 직업적 특성을 제외한다면 누구나 찾기 원하는 진실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랑을 모르고 몸만 팔았을때는 11분을 위해 하루의 나머지 시간을 견뎌낸다고 생각했지만, 사랑을 만나고서야 비로소 11분이 단순히 11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곧 하루, 그리고 삶 전체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보통 우리는 11분을 위해 살아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대놓고 말하기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사실 정상적이라면 어느 누가 섹스를 위해 돈을 벌고, 데이트를 하고, 결혼을 한다고 의식적으로 생각하겠는가. 하지만 우리가 늘상 접하는 수많은 문화들에서 발견하는 성적 코드들이야말로 우리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반증하는 것이 아닐런지.

마리아가 직업적 만남을 통해 발견했듯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11분동안의 행위 자체가 아니라 관심받고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기회(시간, 장소, 상대...)일지도 모르겠다.

글에서 마리아가 고백하듯, 그녀는 직업적 행위를 통해서는 아무런 쾌락도 받을 수 없었다. 그녀가 불감증이라서가 아니라, 마음이 없는 행위였기 때문이다. 그러던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과의 행위에서 비로소 만족을 얻을 수 있었다. 남성들이여, 그리고 판사, 검사, 변호사들이여, 잘 기억해두시길.


11분  - 8점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문학동네

12 30, 2009 14:56 12 30, 2009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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