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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등지의 소위 명품 아파트들을 보면 높은 가격에 걸맞게 최첨단 공법 건설이나 미래지향적 편의 시설 등 다른 주택과 차별화를 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건설사나 마을(단지)의 브랜드 가치 상승과 주민의 쾌적한 생활 등등의 장점이 있을 수 있지만, 대체로 이런 아파트는 국민의 대다수와는 관련없는, 그들만의 명품일 뿐이다. 상위 소득군이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지만, 정부나 건설사 그리고 있는 것들이 이런 명품의 소비가 국가 전체 경제에 직결되듯 이야기하는 것은 뜬구름잡기밖에 되지 않는다. 부동산 위기 등으로 이런 이야기가 뉴스에 나오는 것은 그야말로 꽂보다 남자의 뉴스판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명품에 미친 있는 것들이 이젠 IT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정부가 총 4천억을 들인다는 "명품인재 양성사업"이 그것이다. 정부의 공식 멘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른바 한국의 스티브 잡스 키우기라는 것이다. 하지만 위에서 명품 아파트에 대해 이야기했듯, 이 명품 인재 역시 현실과는 별 관계없는 돈지랄일 뿐이다.

특정 대학에 25억의 연구비를 10여년간 지원하고, 영재학교와 연계해서 우수 인재를 유치하고, 석박사 출신을 늘리기 위해 대학원에의 지원 사업을 늘리고, 기업과 공동으로 연구 과제를 추진하는 사업 등에 정부와 기업이 함께 투자한다는 것인데, 이런 개편으로 고용 불일치 해소, 미래 수요 대비, 사업 효율성 향상 등의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한다.

참으로, 이건 뭥미?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바타가 뜨니, 한국의 제임스 카메론을 만들기 위해 충무로 몇몇 제작소에 연구비를 지원하고 석박사 출신의 감독을 양성하겠다는 꼴이다. 애시당초 인재라는 것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모르는 사람들의 머리에서 나온 탁상행정의 본보기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IT의 가장 큰 문제는 관심이다. IT뿐이겠냐만 대학이나 대학원의 연구도 돈이 되는 것 우선이었고, 사업에 대한 지원 역시 가장 빨리 돈이 될 수 있느냐가 문제이다. 과정보다는 결과가 만들어 낸 가치가 몇번의 실패 후의 한번의 성공이 아니라 한번의 성공 이후 폐업, 아니던가. 그런 면에서 관심을 가져준다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할지도 모르지만, 초점을 단단히 잘못 잡았다는 생각은 접을 수가 없다.

돈이면 무엇이든 된다는 생각, 이런 가치가 밑바탕에 깔려 있는 사람이 백번을 구상한들 무엇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 미래지향적 휴대 기기도 아닌 사람을 만드는데에도 돈을 쓰는 것 이외에는 달리 다른 방법을 생각해내지 못하는 사회, 석박사 출신이어야 제대로 된 인재라는 사회, 누군가가 뜨니 뒤늦게 허둥지둥대는 사회에서 새로운 스티브 잡스가 나올 수 있을지, 정말 의문스럽다.
2010/02/08 13:36 2010/02/08 13:36
입만 열면 뻥이 7할이요, 과장이 2할인 내 친구같은 MB씨께서 또 한 말을 하셨다. 닌텐도도 만들고, MS도 만들고, 애플도 만들고 싶어하는데, 돈은 안주니없으니, 그야말로 사업하고 싶지만 자본도 아이디어도 부족한 우리네 평범한 이야기같아서 더욱 친근하게 느껴... 질리가 있나. 번번히 취업 문을 닫고 돌아서야 하는 백수들에게, 실력을 키우면 취직될거야, 라고 하는 꼴이다. 그런 얘기 누가 못하나. 실무자가 할 일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미래의 산업을 선도하기 위해 도전적이고 실험적으로 나가서 10개 중 1개만 성공해도 된다면, 그다지 도전적이지도 실험적이지도 않은 ActiveX 없애기 사업을 추진해보면 어떨까(내가 너무 ActiveX만 미워하는건가?). 본인이 PC를 쓸 일이 별로 없어서 ActiveX가 불편하지 않아서 관심이 없는건가.

지금은 개발자가 보상받는 것뿐만 아니라(그걸 원하면 단가 좀 올려줘, 제발~) 개발자가 일을 할 수 있는 것을 걱정해야 하는 시대이다. 윈도7이 호평받고, 아이폰이 대박나고, 아바타가 흥행하니 따라하고 싶은 거야 이해하지만, 이쪽은 토목이랑 달라서 이미 어딘가에서 흥행했다면 그 시장은 끝난거다. 더 먼 미래를 봐야하는데, 먹고 살기도 바쁘게 만들어주셔놓고 무얼 바라는건지 당췌 모르겠다.

부디 말만 번지르르하게 해서 4대강과 세종시에서 눈을 돌리게 하려 하지 말고, 실질적인 액션을 보여줬으면 한다. 아무리 말로 먹고 사는 자리라고 해도, 너무 날로 먹는거 아냐?
2010/02/04 17:05 2010/02/04 17:05
MB가 집권한 이후 IT는 악화일로의 길을 걷고 있다. 중앙정부가 IT를 포기했는데 기업이 잘 나갈리 있겠으며, 제대로 된 정책이 만들어질리가 있으랴. 야당도 일자리 만들겠다면서 건설 현장직을 대놓고 암시하고, 정부는 숫제 토목공사 이외에는 관심도 없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IT가 답이다. 가장 수익이 좋은 분야도, 가장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도, 가장 손쉽게 수입을 만들 수 있는 것도 IT이다. 계모와 팥쥐에게 구박받아도 열심히 일해서 실제로 도움이 되는 콩쥐처럼,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아도 결국 으리으리한 성과 나라를 얻어 가정에 도움이 되는 신데렐라처럼, 나라와 갑에게 멸시당하면서도 묵묵히 일하는 개발자들이 있기에 나라가 돌아가는 것이다.


덧. 4대강 토목공사로 일용직 건설노무자를 얼마나 많이 양성하려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ActiveX를 걷어내는 사업을 벌이는 편이 투자 대비 고용 효과 및 수익 창출 효과가 더 크지 않을까. 우리는 아마존에서 책을 살 수 있지만, 외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온라인 상점에서 물건을 구매할 수 없잖아.
2010/02/02 19:00 2010/02/0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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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중에서도 제조업 수준의 SI (System Integration) 분야에서 일을 하다보면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프로젝트 특성상 중소기업 규모의 프로젝트보다는 대기업, 공공기관, 금융권 등의 프로젝트를 접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실제 전산 전공자들을 만나기는 하늘의 별따기와 같다. 국민의 정부 시절에 IT 육성화에 힘을 쏟기도 했고, 20세기 말부터 PC 보급과 인터넷 활성화가 한 몫을 하기도 했거니와 다른 산업에 비해 진입이 쉽다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넘쳐나는 IT 인력만큼이나 비전공자도 넘쳐난다.

사실 전공따라 취업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가 싶기도 하지만, 전산은 유독, 실제 전공자는 업계에 없고, 비전공자만 계속 유입되고 있다. 졸업은 했는데, 전공따라 취업은 힘들고, 기술을 배워서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을 올리기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그럴 때 IT가 답이기 때문이겠지. 아무래도 학원에서 3개월, 6개월 가르치고 취업시키고, 신입사원이 2년 경력으로 둔갑해서 일을 하는 허술한 산업이라 만만한가보다.

하지만 IT도 손기술만으로만 하는 일은 한계가 있다. 기본적인 기본 지식은 알고 덤벼야하는데, 정보처리 자격증만 딸 수 있을 정도로 맛만 보고 일을 하니 기술이 늘리가 없다. 경력이 몇년 이상이 된 중급, 고급 기술자라지만 기본적인 알고리즘조차 원리를 알지 못하고 Copy & Paste 신공만 늘어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인문학이나 순수공학이 그러하듯 기술공학도 기초가 있는 상태에서 꾸준히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사실 그러한 비전공자들을 보면 안타깝다. 고등졸업자든 전문학사든 학사든 혹은 석박사든간에 애써 공부를 했는데, 정작 그건 써먹지 못하고 생계를 위해 엉뚱한데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런 비전공자 중 어떤 이들은 전공자 못지 않는 지식과 기술을 배우고 두각을 보이기도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일만 하고 있지 않겠는가. 꿈이 있어서 각자의 학업을 선택했을수도 있는데 꿈은 어디에다 접어두고 아까운 시간을 버리고 있는 것인지.

그런데 오늘 기사 하나를 보니, MB가 인문대 혹은 지방대 졸업자에게 기술을 가르치자고 했단다. 누가 공사판 출신 아니랄까봐 입만 열면 기술, 기술이다. (IT는 희망이 없다고 다 죽여놓고서...) 그들에게 그들의 전공을 살릴 기회를 줄 생각은 하지 않고, 실적을 위해 일단 실업률부터 줄여놓고 보자라는 생각인듯 하다. 그런데 그가 말하는 기술교육지원은 이미 각 직업학교와 노동부에서 하고 있는 일이다. 노동의 현 상황도, 제도도, 전공자의 취업에 대한 고민도 없이 숫자놀이나 하고 있으니 저런 말이 나오는 것일테지.

아마도 그가 말하는 기술은 대표적으로 토목일테고, 나머지는 철강, 자동차, 전기 등의 제조업일거다. IT에서는 고용창출이 안된다고 이미 못박았으니, IT를 통해 실업을 해결할 생각은 안하겠지. (뭐 기억용량때문에 잊어먹었을수도 있지만) 결국 글쓰는 사람 데려다가 벽돌 나르게 할 셈이다. 인문대를 없애지, 왜? 2만여종이 넘는 직업이 있는데 취업할 곳은 기술직밖에 없나? 그건 그렇고, 기술 업종에 대한 지원은 생각해뒀나?

실업률은 높아져가고, 대학은 다들 가려고 하는데,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저런다. 이런 세상에서 취업하려는 젊은이들이 안타깝다. 정녕 당신들에게는 4대강 건설현장밖에는 없는 것인가.
2009/12/24 17:19 2009/12/24 17:19
그동안 IT 업종 중에서 SI를 위시한 소프트웨어 업계에는 인력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었다. 업체들은 능력과 경력에 무관하게 등급과 단가를 낮추려고 노력했고, 개발자들은 그저 일밖에 모르는 순둥이들이었다. 주는대로 받고, 보여주는대로 믿는, 어찌보면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하는, 그렇지만 거짓과 속임이 만행하는 뒷골목의 세계같다고나 할까. 정부 기준안조차 업체 마음대로 적용되었다 안되기도 하는 등 무법천지나 다를 바 없었다.

그래서 계속 여러 문제제기들은 있어왔다. 하지만 딱히 해결방안이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개발자에 대한 정확한 통계조차 가지고 있지 못한데다가 업체는 업체 나름대로, 개발자는 개발자 나름대로 그런 것들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제대로 된 노조를 갖지도 못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주장할 수도 없는 전산개발자들은 그저 먹고 살기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정부도 필요성은 알고 있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런데 정부가 바뀌고 흉흉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소프트웨어 기술자의 경력을 국가에서 관리해준다는 것이다.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경력 관리를 위해서는 공신력 있는 기관이 관리해주는 가장 바른 방법일테지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했고, 정보기술보호법 등과 함께 정부에서 인력을 감시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한 과거 경력 문제들과 같은 민감한 사항들도 많았다.

그리고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던 사이에, 다른 사안들과 마찬가지로 정부는 밀어붙혔다. 그렇게 나온 것이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에서 내놓은 소프트웨어 기술자 신고제이다. 이 제도는 현재 이미 시행중이다. 개발자를 고용하는데에 이 제도에 따른 증명이 강제 조항은 아니지만, 업체들로서는 지금은 득이 많기 때문에 점차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개발자로서는 잃는 것이 너무 많다. 대부분의 개발자가 과거 경력을 증명하기 어려운데, 과거 근무했던 곳을 모두 찾아가 직인을 받거나, 폐업 사실을 신고자가 증명해야하고, 급여만으로 증명이 안되거나, 자격증 취득 이전 경력은 50%만 인정되는 등, 폐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게다가 이건 아무리봐도 건설업계의 경력 관리를 그대로 본따온 모양이라, 업계와 잘 맞지도 않는다. 좋게 봐줘도 개발자들 삥뜯는 정책밖에는 더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일각에서는 신고를 거부해서 부당함을 알리자던가, 아고라에서 서명 운동을 벌이기도 하는 모양이지만, 사실 전산 개발자만큼 단합이 안되는 직종도 드물어서 개개인의 외침 정도밖에 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개발자들 이외에는 아무도 신경써주지 않는다. 우리가 아무리 부당함을 주장해도, 사회는 관심가져주지 않는다. 물론 귀머거리 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결국 대형 업체들을 앞세워 각 업체들이 소속 개발자들을 묶어 신고하기 시작했고, 그들과 일하는 개발자들 역시 울며 겨자먹기로 참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고무적인 것은 아직까지는 프리랜서의 참여율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어느 누가 눈뜨고 제 경력을 베어가는데 가만히 보고 있겠는가. 신고제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프리랜서의 소극적인 저항 운동인 것이다. 하지만 정부와 발주처들과 협력업체들은 서서히 목을 졸라올 것이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당장의 생계가 아쉬워 등급을 낮춰 투입되는 개발자들이 수두룩한 현실에서 그들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말로는 IT 강국이라지만, 정작 IT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이 나라의 IT 현실을 안타까워하고 부끄러워한다. 내부에서 인정받지 못하면서 국제에서 얼마나 인정받을 수 있을까. 그들은 다만 우리의 - 작은 나라라 가능한 - 통신 인프라 정도를 부러워할 뿐이다. 정말로 IT 강국이 되고 싶다면, 이제 IT 개발자들을 그만 죽여야 할 것이다. 우리는 프로젝트마다 쓰고 버리는 소모품도,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의 일부분도 아니다.
2009/07/23 16:02 2009/07/23 1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