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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년 01월 07일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서양 문화와 동양 문화, 아니 우리나라의 문화의 차이를 대자면 너무 많은 걸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그 중 하나가 바로 가족 문화가 아닌가 싶다. 근대화를 이룬 지금은 꽤나 핵가족화가 되어 있지만, 여전히 과년한 자녀와 혼인한 자녀들이 부모와 함께 살아가고, 사별하지 않은 부모를 모시는 일에 - 모시지 않더라도 - 마음을 쓰는 나라는 흔치 않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영화나 드라마에 비춰지는 가족에 대한 모습이 다른 나라와 우리나라는 사뭇 다르다. 부모의 인생을 그들 자신의 것으로 생각하기보다는 부모 역시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라는 인식이 강해서인지 부모의 새로운 인생이나 일탈에 대해 자신의 일로 받아들이거나 그런 사건들에 의한 자신의 위치와 상황 변화에 대해 보다 초점을 맞추는 것이 우리나라의 방식이라면, 다른 나라는 부모에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맘마미야" 만 보더라도 엄마의 일상에 돌맹이를 던지는 것 정도가 아니라 바위덩어리를 던지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것을 볼 수 있듯이 부모의 일상의 변화가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는 수준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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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이지만, 번화한 도시는 그들에겐 낯선 곳이다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은 가족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주된 이야기는 남편을 떠나보내야 하는 아내, 그리고 그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남편에 대한 서로에 대한 사랑이지만, 그들에 대한 이야기가 지나치게 일상적이기 때문에 자녀들이 등장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사람들이 "버킷리스트"처럼 죽기 전에 해보지 못한 특별한 일들을 해보려 마음먹는 것은 아니다.

트루디는 남편의 남은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의사로부터 여행이라도 떠나보라는 말을 듣지만, 루디는 고지식하고 모험과 일탈을 모르는 남자라는 것을 알기에 여행은 힘들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트루디는 루디와 함께 베를린의 아들 내외와 딸을 보러 모처럼의 외출을 하고, 트루디의 청으로 바다를 보러 간다. 그런데 그 바다에서 트루디는 먼저 세상을 떠난다. 루디는 아내의 상실을 견디지 못하고, 아내의 흔적을 더듬다가 후지산에 대한 아내의 열망을 발견한다. 일본에 살고 있는 막내 칼에게 가게 된 루디는 한 공원에서 부토 춤을 추는 유를 만나고 그녀와 함께 후지산을 보러 간다. 그리고 며칠동안 구름에 가려져 있던 후지산이 모습을 드러낸 어느 날 아침, 루디는 호숫가에서 부토를 춤으로 아내와 함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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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알아들을 수 없는 이방의 땅이, 아내는 왜 그리 좋았을까


우리는 늘 시간이 많은 것처럼 살고 있다. 우리에게 어떤 사고라도 일어날 수 있으며, 어떤 병에라도 걸릴 수 있다는 것 - 그리고 크리스쳔이라면 그 날이 바로 내일일 수도 있다는 것 - 을 알고 있지만, 누구도 오늘이 내 삶의 마지막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늘 많은 일을 미뤄놓고 살아간다, 특히 가족을 위한 일들을. 그러나 우리가 늙거나 젊거나, 건강하거나 허약하거나에 관계없이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적을지도 모른다. 그 짧은 시간동안 가족과 꿈을 마음껏 사랑하지 못한다면 - 만족할만큼 할 수야 없지만 - 그 후에 남겨진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가족 중 누군가가 먼저 세상을 뜨면 남은 사람들은 그를 마음에 묻는다. 결코 잊을수도 없고 슬픔과 후회가 사라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배우자를 떠나보낸 사람과 부모를 떠나보낸 자녀의 마음이 같을 수 있을까. 자녀는 마음에 묻고 때때로 추억하고 슬퍼하고 후회하지만, 배우자를 떠나보낸 이는, 아마도, 늘 함께 있을 것이다. 모든 순간에, 모든 삶 속에서 여전히 그 마음이 함께인데 볼 수 없다는 것이 어느 정도의 아픔일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가능하다면 알고 싶지도 않다).

루디와 트루디는 베를린의 자녀들을 만나러 가지만, 그들은 오랫만에 찾아온 부모를 부담스러워 한다. 겨우 하루의 시간조차도 힘들어하고 어서 돌아가주었으면 하고 바란다. 트루디가 죽은 후 일본을 찾은 루디를, 막내 아들 칼 역시 힘들어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노부에게 손을 내민 것은 타인이었다. 가족들이 부담스러워하는 루디와 트루디에게 베를린 관광을 시켜주고, 트루디의 꿈을 이해한 것도, 낯선 일본 거리를 헤매는 루디에게 부토를 가르쳐주고 후지산까지 함께가주는 것도 모두 낯선 이들이다. 부모에게 자녀들은 여전히 그들이 마지막에 보아야 하고, 기억해야 하고, 찾아야 하는 존재이지만, 자녀들은 부모가 그저 그림자로, 사진 속의 추억으로 여겨지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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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의 가족은 늘 화목하지만...


한가지 더 씁쓸한 것은, 트루디가 죽고 난 후에, 자녀들이 하는 말이었다. 머나먼 독일에서도, 홀로 남은 아버지는 성가신 존재일 뿐이다. 엄마는 하필 아버지를 두고 먼저 갔느냐는 말에서, 몇 안되는 전세계 공통적인 감정을 읽을 수 있었다. 가정에서도 알게 모르게 고립되어가는 아버지들의 현실이, 내가 아버지가 되어보니 슬프게 다가온다.

갑작스레 루디를 떠나보낸 트루디는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그렇게 짧았다는 것에 당황한다. 그리고 일본을 그토록 바라던 아내, 가족을 위해 부토 댄서라는 자신의 꿈을 접었던 아내에 대한 후회에 사로잡힌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면서 남겨주는 것은, 아마 대체로 후회와 미안함일 것이다. 루디는 그의 아내를 이해하고, 아내에게 못해준 것을 해주기 위해 일본으로 떠나고, 아내의 옷을 입고 동경 곳곳을 돌아다닌다. 사랑 후에 남겨진 것은 그 사랑을 기억하며 살아가는 것일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비록 "P.S. I Love You"에서는 정반대의 이야기를 했지만, 그 글에서 말했듯 사랑의 모습은 여러가지이니까. 혹은, 남겨진 시간에 따라 대처하는 방법이 다를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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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토舞蹈, 그것을 통해 그들은 마지막 숨을 몰아쉰다


덧. 이 영화는 휴먼드라마적인 로맨스이지만, 다른 영화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선정적인 장면이 나오기 때문에 미성년자와는 절대 같이 보지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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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 Cherry Blossoms - Hanami / Kirschblüten - Hanami


01 7, 2010 18:18 01 7, 2010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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