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유모 로봇이 녹아내리면서도 데이빗에게 미소를 지어주는 장면, 데이빗이 또 다른 데이빗의 머리를 날려버리는 장면, 조와 데이빗이 헤어지는 장면, 그리고 데이빗이 파랑 요정 앞에서 계속 소원을 되뇌이는 장면 - 에서의 곰인형 - 등이다. 이 중에서 마지막에 언급한 장면은 보고 생각할때마다 오싹하다.
요즘 보게 된 몇 작품에서 동일하게 생각되는 것 중의 하나가 무한의 생명, 혹은 아주 긴 시간 동안의 고독이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마빈은 아서 덴트 등과 만나게 되면서 수천억년의 시간을 가로지른다. 수없이 많은 시간동안 시공간을 초월하며 만신창이가 되어간다. 그 오랜 시간동안 이 우울증 로봇은 과연 무엇을 생각했을까. 카우보이 비밥에서 늙지 않는 소년1은 어떠한 마음으로 그 오랜 세월을 살아왔으며, 버려진 인공위성2은 고독을 어떻게 버텨내었을까. 반지의 제왕에서의 엘프들은 에루3도 아니고 발라4도 아니면서 무한의 시간을 살아가는 자신을 자기와 같은 동료들 덕분에 살아낼 수 있지 않았을까.
대부분의 누구에게나 가장 두려운 것이 죽음이겠지만, 죽음이 없다면 이 지루한 세상 속에서 과연 제정신으로 버텨낼 수 있을까. 생에 종착지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순간순간을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죽여도 죽지않는 만지와 같다면 삶의 소소한 부분들이 가치가 있을까. 죽음이란 건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선물 중의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불로불사는 공짜 정도가 아니라 덤으로 줘도 싫을 것 같다.
Posted by SeNS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