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어렸던, 결혼 초기와 그 이전에는 나와 같이 개인화된 성향을 지닌 세대에게 우리 부모 세대와 같은 자녀에게의 무조건적인 헌신과 자신의 인생을 없이하다시피하는 마음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다. 자녀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나 내게는 내 인생이, 자녀에게는 자녀의 인생이 있으니 자녀로 인해 내 인생이 심각하게 침해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기를 갖기 위해 노력(?)할 때 역시 그런 생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한달 남짓, 내게 2세가 생겼음을 눈으로 확인하고 귀로 듣고난 이후엔 내게서 그런 생각의 자투리나마 찾아볼 수가 없게 되었다. 우리 이레가 건강하게 태어나고 건강하게 자라서 정상적인, 그리고 - 부모된 바람으로 - 좋은 아이가 되기 위해서라면 난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도 바울이 그의 동족을 향한 안타까움을 표현했던 말을 빌리자면, 나의 이레를 위해서라면 내 자신이 지옥으로 떨어질지라도 무엇이든 하겠다 라는 마음이다. 이미 내 멋대로 이십 수년을 살아왔으니, 나머지는 내 아이를 위해 써도 아깝지 않을 것 같다.
성년이 되면서 사람들은 자신이 철이 들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생의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말이 맞다. 이미 여러번 철이 들었다는 말을 스스로 고치고 되새어왔지만, 역시 아직 멀었다. 그리고 예비 아버지가 되며 또 한번 인생을 배운다.
오늘도 이레를 위해, 다시 마음을 잡는다.
Posted by SeNS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