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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일 출근으로 이른 퇴근을 하고 쉬던 어제, 간만의 여유를 즐겨보기 위해 핫초코 한잔을 타고 얼마전부터 구독하기 시작한 신문을 펼쳐보았다. 별다르게 관심을 끄는 기사는 없었는데, 문득 시선을 잡아끄는 한 꼭지가 있었다.

남산식물원 역사 속으로... 서울시, 30년만에 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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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의 한 때를 즐기기 위해, 사진을 찍기 위해, 데이트를 하기 위해 별 생각없이 올라다녔던 남산의 남산식물원이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하지만, 알게되자마자 식물원은 "있었던" 이라는 과거시제를 갖는 추억이 되버렸다.

서울 성곽을 복원하여 과거 조선의 기억을 되살리는 것도 좋고, 경관을 보기좋게 가꾸는 것도 좋지만, 나이가 서른도 되지 않은 나에게는 나보다 더 나이를 먹은 남산식물원이라는 존재 자체가 역사이다. 과거의 역사를 되새기기 위해 현재의 역사를 묻어버리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모르겠다.

나이가 더 들고 서울 성곽이 복원되고 녹지가 완성되고,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더 크게 되면, 아마도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남산을 오르며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싶다.

"예전에 이 공원에 식물원이 있었단다. 집에 사진이 있으니까 보여줄게." 라고...


여담이지만, 최근 우리나라에서 서울시만큼 모습이 변하는 곳이 또 있을까 싶다. 각종 과거가 복원되고, 각종 미래가 펼쳐지니...
2006/10/31 12:12 2006/10/31 12:12
카메라가 망가졌을때, 솔직히 옳다구나 하는 마음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다. 시드군과 태일군의 새로 산 카메라를 보며, 그저 똑딱이지만서도 뽐뿌받지 않았다고도 할 수 없다. 하지만 이제 겨우 3년여밖에 되지 않은 카메라를 - 디지털 시대의 시간은 아날로그의 그것과는 같지 않지만 - 낼름 바꾸자고 할 수는 없는 일. 그래서 카메라의 전원이 들어오지 않았을 때, 약간은 들떴었다.

그리고, 심각하게 재정난에 시달리는 요즘이지만, 있을 건 있어야겠기에 휴가가 끝난 그제와 어제, 종일 카메라 사이트를 보고 다녔다. 그러면서 몇개의 기종에서 맘을 정하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었는데, 어제의 퇴근길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정작 카메라가 멀쩡할때는 잘 들고다니지도, 자주 찍지도 않더니만 고장난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이러고 있나. 카메라가 필요해서라기보다는 - 필요하긴 하다, 이레를 위해서도... - 무언가를 산다는 것에 더 희열을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사람마다 카메라를 갖고 다니는 시절이 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잠시 없는 것에 불편을 느낄 정도이겠는가. 그저 불분명한 소유에 대한 욕구일 따름이겠지.

오늘 이레에 대한 유아보험을 보다가 학자금 특약이라는 것을 보게 되었다. 한달에 몇천원에 불과한데, 1세부터 해마다 일정 금액이 나오는 게 아닌가. 보험회사는 뭘로 장사하나, 준다면 고맙게 받지요, 하는 생각을 하다가 작은 글씨로 뭐라뭐라 쓰여있는 것을 보았더니, 부모 중 한 사람 이상이 죽거나 그에 준하는 심각한 부상을 입어야 한다는 것이 아닌가. 그럼 그렇지.

어떤 블로거께서 지난 주말에 고인이 되셨다는 글을 보고, 또 그 블로그에도 가보았다. 사고를 당하시기 불과 며칠전에 올린 글에서 저장해놓은 사진이 지워질까 걱정하는 마음을 보았다.


내가 죽으면 우리 마늘님이나 이레, 가족들에게 얼마정도 주고 갈 수 있지만, 난 무엇을 가져가나. 먼 훗날 회상할 수 있도록 사진을 많이 남겨놓기도 하고, 글을 남겨놓기도 하고,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에 이러저러한 흔적들을 남겨놓지만, 결국 그것들은 남겨진 사람들을 위한 것이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난 이리도 소유에 목을 맬까. 내가 가져갈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덧. 그래도 카메라는 살거다.
2006/08/23 12:39 2006/08/23 1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