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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 무섭다

사색의 꿈 2006/04/04 12:57
27년의 삶은 고소공포증과 폐소공포증으로 참 어렵게 살아왔다. 의자 위에 올라가는 것도 쉽지 않고, 이불을 돌돌 말고 있는 것만으로도 아득한 불안함을 느껴야 했다. 훈련갔을때, 입소를 너무 많이 시킨 덕분에 내무실이 부족해 창고 겸용 내무실의 침낭에서 잠을 청할때는 정말 며칠은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 나이에 또다른 병이 하나 생겼으니... 그것은 바로, 철 공포증 혹은 정전기공포증!!

올 겨울엔 유난히도 정전기가 심했다. 입은 옷이 약간씩이라도 털이 있거나 해서 그럴수도 있겠지만, 겨울 옷이 다 그렇지 않은가. 그런데도 문 손잡이나 전철 기둥, 심지어는 화장실 수도꼭지를 만지면서도 정전기가 일어났고, 결국에는 팔이나 다리같은 옷으로 감싸여진 부분으로도 정전기를 일으킬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일이 두어달을 지속하니 이젠 철을 만지기가 두렵다. 화장실 수도꼭지를 만질때마다, 밥을 먹고난 후 물을 먹으려고 컵을 집을때마다, 화장실 문을 닫고 걸쇠를 만질때마다, 집에 들어가기 위해 문을 만질때마다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할 수 없는 내가 이제는 한심스럽기까지 하다.
(헌데 어찌되었는지 컴퓨터는 아무렇지도 않다. 정수기는 플라스틱임에도 정전기가 일어나던데... 먹고 살아야하니 이건 봐주는건가?)

이제 봄이 오니 조금씩 덜해지는 것 같지만, 아직도 내 마음은 트라우마에 갈기갈기 찢겨져, 흠칫 놀라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아아... 인생이 이리도 고달플수가....

고무로 된 세상에서 살고 싶다.
2006/04/04 12:57 2006/04/04 1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