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 한창 애니메이션에 빠져 있을 때 놀라움을 안겨주었던 애니메이션이 하나 있었다. "수병위인풍첩"이라 부르던, 요즘은 "무사 쥬베이"로 알려진 하드코어 작품이었는데, 유혈이 낭자한 영화를 보지 못하는 나도 그 사실적인 묘사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이후 기술이 발전하고 표현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그것을 뛰어넘는 작품은 많이 나왔지만, 나에게는 여전히 레퍼런스에 해당하는 존재로 남아있다.(하지만 이런 류의 영화를 잘 보지 않는 나에게는 비교 대상 자체가 드물긴 하다)
그런데 새로운 레퍼런스를 발견한 것 같다. 비단 사실적인 액션신만이 아니라, "스트레인저 - 무황인담"은 전체적인 작품의 높은 완성도를 바탕으로 관객을 몰입하게 만든다. 102분의 길지 않은 러닝타임이지만, 시간이 짧아서가 아니라 눈을 돌릴 새를 주지 않아서 더욱 짧게 느껴진다.
"스트레인저 - 무황인담"의 스토리는 단순하다. 일본의 전국 시대, 명나라 황제는 불로불사의 선약을 찾아 일본에 사신을 보내고, 사신은 백년에 한번 태어나는 아이의 피를 이용해 선약을 만들고자 한다. 그 소용돌이 가운데에 있는 소년, 코타로는 떠나왔던 절로 돌아가기 위해 우연히 만난 "나나시"의 도움을 받지만, 아이를 차지하려는 명나라 자객들에게 붙들리고 만다. "나나시"는 "코타로"를 구하기 위해 성으로 향하고, 명나라에 고용된 금발 벽안의 "라로우"와 맞붙게 된다.
액션 영화의 스토리가 지나치게 깊고 장황하면 오히려 집중을 흐트러트리게 된다. 관객이 스토리를 생각하며 보게 되면 액션신에의 집중력이 떨어지고, 액션에 집중하게 되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 수가 없게 되버리고 만다. "무황인담"은 복잡한 스토리를 내세우지도 않고, 그렇다고 보여주기에 치중한 나머지 안드로메다로 가버리는 가벼운 이야기를 말하지도 않는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볼거리에 빠져 이야기를 놓치지 않도록 잘 조절되고 있다.
"무황인담"은 굉장히 멋진 화면을 보여준다. 사실적이고도 역동적인 액션신은 영화 내에서 꽤 자주 나오는데, 어느 한 장면도 모자람이 없다. 라스트 액션을 위해 힘을 아껴둔다던가, 대강 넘어가지 않고 모든 액션이 고루 멋지다. 그럼에도 등장인물들을 차례로 모두 죽여가며 마지막 두 무사의 대결에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멋진 연출력을 보여주고 있다. 거기에 영화같은 장면과 구도는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역시 본즈, 라는 감탄사를 내고야 말게 하는 그들의 열정과 안도 마사히로의 놀라운 연출에 찬사를 보낸다. 아직 보지 못했다면, 꼭 보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