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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꿈 2010/02/05 18:36
성경의 역사는 하나님을 위한 것이다. 아담이 에덴에서 나오게 된 이야기도, 아브라함이 민족을 일으키는 이야기도,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를 벗어나 자신들의 나라를 만드는 이야기도, 하나님이 그와 인간 사이에 있던 얇디 얇은 막을 걷어내기 위해 벌인 일들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고, 하나님이 세상을 만들고 조물조물거리는 이야기인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성경을 선민의 역사로 알고 있는 것은, 하나님의 탁월함 때문이다. 능력있는 작가는 결코 모든 등장인물에게 같은 비중을 부여하지 않는다. 이야기가 흡입력있고 효과적으로 전달되기 위해서는 쓸데없는 것들은 가지쳐내고, 주요한 사건들은 과장 섞어 풀어나가야 하는 법이다. 그리고 하나님은 그 어떤 작가보다 유능하시고, 그 어떤 설계자들보다 정교하시고, 그 어떤 미술가보다 감성이 풍부하시기에 이야기가 한 민족에게 집중되었을 뿐이다.

그런데 우리가 그 성경을 특별한 한 민족에 대한 이야기로 생각할 때, 그리고 하나님의 현신이 - 혹은 그 아들이 - 인간에게 알려준 가르침과 사랑에 대해서만 생각할 때, 성경은 하나님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저 메시지 가득한 설교집이 되버리고 만다. 그렇기에 그 설교집을 읽을 때 하나님이 하신 일들이 아니라, 하나님이 내게 하실 일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 아닐까.

하나님이 내게 하실 일들에 대해서는 잊어버려라, 하나님이 하시는 일들 중 어딘가에 내가 있음을 기뻐할지언정. 입만 번지르르하게 하나님을 내 마음의 중심에 모신다고 하지 말고, 성경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하나님이 내게 일러주는 메시지가 아니라, 하나님이 만들어가는 이야기라는 것을 이해하자. 내게 이루실 일보다 하나님이 이루어가실 일을 생각할 때, 우리는 하나님의 중심에 있게 된다. 그리고 비로소 하나님께서 나와 함께 그 모든 이야기들을 즐기신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하나님의 사랑은 결코, 내게 돈을 주거나, 어여쁜 가족을 주거나, 위풍당당한 명예를 선물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저 사랑을 우리와 함께 누리기 위한 것임을 기억하자.
2010/02/05 18:36 2010/02/05 18:36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은 의식주 세가지만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필요들은 생활 속에서 쉽게 언급되지 않는데, 부끄럽거나 점잖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러 형태의 문화 속에서 가장 빈번하게 만나는 것 또한 그런 것들이다. 아마 내가 무엇을 말하는지 대강 눈치챘으리라.

남자와 여자에겐 많은 차이가 있지만, 사랑을 대하는 태도만큼 다른 것도 많지 않을 것이다. 사실 인간과 인간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회 속에서의 많은 갈등은 남녀간의 사랑에서 비롯되거나 바로 그 사랑이 핵심 문제이다. 그리고 혈연관계가 아닌 한 대체로 남녀간의 사랑 - 플라토닉이든 아가페든 또는 뭐라 부르든 그 사랑 - 은 섹스와 연관되기 마련이다(혹은 표현이 거북하다면 스킨쉽이라든가).

매일 아침, 같은 시간 같은 등교길을 공유하던 한 소녀와 소년이 있었다. 소녀는 소년을 마음에 두고 있었지만 소년이 내민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쳤고, 소녀의 사랑은 끝났다. 소녀는 다시 사랑을 만나지만, 서툰 키스에 사랑을 빼앗겨버리고 만다. 그 후 사랑을 하지 않으면서 사랑을 하던 소녀는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한 남자를 만나고, 부와 명예를 위해, 부푼 가슴으로 스위스를 향한다. 하지만 그곳에서의 삶은 가혹했고, 소녀는 돈을 위해 사랑없는 사랑에 자신을 넘긴다. 그런 소녀에게 한 소년이 빛을 발견해주었고, 사랑을 찾아주었고, 쾌락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그 사랑을 진실한 사랑으로 만들기 위해 소녀는 고향 브라질로 떠난다.

11분이라는 제목의 의미는 성행위를 의미한다. 남자가 여자에게 들어가 모든 것을 마치는 시간, 그 평균 지속시간이 11분인데, 세상은 그 11분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제목이 말하는 것처럼 소설 또한 - 위에서는 사랑 타령을 했지만 - 성관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게 그거 아닌가. 알다시피 사랑과 섹스는 떼어놓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 아니던가.

사랑을 잃고, 사랑에 배신당하고, 남자에게 속고, 가진 것 없이 낯선 땅에 떨어진 한 여자가 생계를 위해, 그리고 가족을 위해 몸을 팔게 되었지만, 사랑에 대해 고민하고, 육체 관계에 대해 깨달아가고, 사랑을 만나고, 사랑과 성관계의 진실된 연결 고리를 찾아가는, 직업적 특성을 제외한다면 누구나 찾기 원하는 진실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랑을 모르고 몸만 팔았을때는 11분을 위해 하루의 나머지 시간을 견뎌낸다고 생각했지만, 사랑을 만나고서야 비로소 11분이 단순히 11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곧 하루, 그리고 삶 전체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보통 우리는 11분을 위해 살아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대놓고 말하기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사실 정상적이라면 어느 누가 섹스를 위해 돈을 벌고, 데이트를 하고, 결혼을 한다고 의식적으로 생각하겠는가. 하지만 우리가 늘상 접하는 수많은 문화들에서 발견하는 성적 코드들이야말로 우리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반증하는 것이 아닐런지.

마리아가 직업적 만남을 통해 발견했듯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11분동안의 행위 자체가 아니라 관심받고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기회(시간, 장소, 상대...)일지도 모르겠다.

글에서 마리아가 고백하듯, 그녀는 직업적 행위를 통해서는 아무런 쾌락도 받을 수 없었다. 그녀가 불감증이라서가 아니라, 마음이 없는 행위였기 때문이다. 그러던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과의 행위에서 비로소 만족을 얻을 수 있었다. 남성들이여, 그리고 판사, 검사, 변호사들이여, 잘 기억해두시길.


11분 - 8점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문학동네

2009/12/30 14:56 2009/12/30 14:56
요즘은 꽤나 종종, 기특하게도
가은이가 아빠 얼굴만 보고도 웃어준다.
아무리 꿀꿀한 일이 있었더라도
그 웃음 하나면 족하다.


우리 아바 아버지도
내가 이렇게 그냥 보고 웃어주는 것만으로도
족하시겠지.

사랑은 참 쉽다는 걸 가은이를 통해 배운다.
하지만 내가 가은이처럼 순수하지 못해서 참 아쉽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PENTAX Corporation | PENTAX K10D | Manual | Spot | Auto W/B | 1/640sec | F0 | 0EV | 50mm | 35mm equiv 75mm | ISO-100 | No Flash | 2007:06:10 14:14:40

늘 웃어주길...


2007/06/12 16:02 2007/06/12 16:02
대학 1학년의 어느 가을날, 당시까지만 해도 서울 나들이에 익숙하지 않았던 내가 아빠 순장님을 따라 두란노 경배와 찬양 예배엘 가게 되었다. 그 전에도, 또 그 후에도 많은 찬양 예배에 참석해보고 준비했지만 이 때의 예배가 특히 기억에 남는 한가지 이유가 있다.

예배 도중에 잠깐 서로를 안아주는 시간이 있었는데, 내 앞에 있던 남자분과 포옹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가슴이 너무 따뜻해 깜짝 놀랐다. 아직도 그 분의 웃는 얼굴과 가슴의 온기는 내 마음 속에서 만들어지는 따스한 감정의 한 원천이 되고 있다.

생각해보면 내 기억 속에서 누군가와 그렇게 포옹을 해본 기억은 얼마 되지 않는다. 부모님과도 거의 없던 - 물론 내 기억 이전에는 수도 없이 많았겠지만, 내가 기억이라는 것을 하게 된 이후로는 거의 없던 - 경험이니 다른 사람이야 오죽하겠는가. 더구나 내 성격이라는 것이 사람과 친밀한 애정이나 스킨쉽을 쉬이 나누지 못하다보니 더욱 그러하다. 그렇기 때문인지 포옹이라는 것은 좀 낯설기도 했다.

쉬는 날 없이 늦게까지 일하고 들어오는 내가 안쓰러운지, 요즘은 집에 들어가면 마늘님이 한번씩 안아주신다. 물론 배가 많이 나와서 겨우 어깨를 안는 정도이지만, 그렇게 한번 안고 나면 하루의 피로가 전부... 는 거짓말이고 대부분 풀어지는 기분이다. ^^;

사랑의 감정을 나누는데에 포옹만한 것이 어디 있을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익숙하지 않는 문화이고 표현이지만, 백마다의 말보다 가슴과 가슴을 맞대고 서로에게 체온을 전해주는 행동이 더 쉽게 마음을 전해줄 수 있는 것 같다.



2006/10/21 08:53 2006/10/21 08:53
어제 '일요일일요일밤에'의 '경제야 놀자' 코너를 보고 있을 때였다. 이영하씨의 기념주화를 감정할 때 농담조로 금 값이 이렇게 오를 줄 알았으면 결혼 예물할 때 금이나 잔뜩 사놓을건데 그랬어, 라고 한마디 던지니까, 그러길래 예물을 순금으로 하자고 했잖아, 라는 것이다. 그런 말을 했었나 갸우뚱하면서 언제? 하고 물었더니 결혼박람회에서 상담받으면서 그랬다는 것이다.

이것저것 부족한 형편에 식을 올리려니 간소하게 하자 해서 줄이다보니 예물도 좋은 것으로 해주지 못했다. 구색이나 맞추자 해서 모양만 갖추고 실속은 적은 예물이었다. 그래도 하긴 했으니까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넘어갔는데, 아무래도 마늘님도 여자이다보니 조금은 마음 한켠에 미련이 남아있던 모양이다. 가슴 한구석이 짜르르하게 아파왔다.

한 사람분의 식사에 10만원이 넘는 비싼 호텔 결혼식 이야기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라 할지라도 순금에 다이아, 사파이어, 루비, 오펠 등으로 채운 예물함은 도를 지나치지 않는 수준에서는 이웃의 이야기 정도일 수도 있는데, 그 정도도 해주지 못함이 미안하다. 예물이 별거며 돈이 다가 아니라고 하지만, 여자이기에, 그리고 달리 마음을 표현할 마땅한 것도 없기에 더욱 미안하다.

임부복을 사기 위해 쇼핑을 나갔다가 원피스 하나를 만져보더니 남몰래 가격표를 보고 슬며시 몸을 돌리는 마늘님을 보며, 조금 더 많은 돈을 벌어야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가난따위가 우리의 사랑을 어찌할 수는 없겠지만, 서로에게 조금씩의 상처는 남길 수 있기에.
2006/08/14 13:13 2006/08/14 1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