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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분류없음 2011/12/28 10:46
도가니...
소설이 인기를 끌고, 영화가 흥행을 하고, 서로들 이용하려고 애쓰고 있을 때에도 보지 않았었는데. 어제 잠깐 보려고 책을 펼쳐들었다가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 양도 많지 않았거니와 사건도 사건이었으니까.

세상에는 참 말 그대로 갈아마셔도 시원찮을 인간들이 많다.사람이 자기 생활을 포기하며 정의를 위해 살아가는 것은 정말 힘들 것이다. 현대에 더욱 그러하듯이 법은 죄를 죄되게 만들기보다는 면죄부를 제공해주는 용도가 더 크지 않을까.
여러가지 단상이 떠오르지만, 제일 슬픈 건 그 소설에서 나오는 교회의 모습이다. 오히려 소설이 현실을 다 반영하지 못할 정도로 밑바닥으로 떨어진 교회의 모습이 안쓰러웠다. 예수와 상관없이 믿고 싶은 것을 믿으려 서로를 보듬는 모습에 연민까지 일 정도였다.

그리고, 아침에 인터콥의 청년 선교캠프 영상을 보게 되었다. 성장하지 않는 개신교를 다시 일으키기 위해 청년이 깨어야 한다는, 당연하고도 늘쌍 들어왔던, 어려운 이야기.
그렇지만 우리는 반석위에 집을 짓고 있긴 한걸까? 사욕을 위해 하나님의 이름을 사칭하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저 어떤 사람들의 이야기일 뿐일까?

도가니를 읽으며, 그리고 최근 들려오는 우리 교회 내부의 이야기를 보며, 어쩌면 이단, 사이비는 특정 단체가 아니라 우리 모두 안에 조금씩 숨어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2011/12/28 10:46 2011/12/28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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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그 시절에 꿈꾸던 그런 어른이 되어 있을까...
지금의 우리를 보면, 그 시절의 우리는 비웃을까...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반지의 제왕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그를 이어 소소하게(?) 나니아 연대기들이 영화화되고, 베오울프도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영화로 다시 태어났다. 그리고 터치나 러프도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다크나이트는 영화사에 큰 획을 그었다. 여러가지 도전들이 앞다투어 고개를 내미는 가운데 역시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만화가 영화의 옷을 입고 우리를 찾아왔다.

일본 영화 사상 최고의 제작비를 들여 3부작으로 만들었다는 영화의 결과는... 글쎄. 아직 3부작 중 제 1장만 공개된 상태이고, 내용상으로도 이제 겨우 서막이 올랐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아직 결과를 내기에는 섣부를지도 모르지만, 지금으로서는 점수를 후하게 주긴 힘들 것 같다.

몇 년 전에는 트릭에 푹 빠져있었다. 아베 히로시와 나카마 유키에의 콤비도 즐거웠지만, 적당한 긴장감과 유머를 잘 섞어낸 감독의 연출도 드라마를 계속 볼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세 시즌의 드라마를 만들어낸 그 성공 때문일까. 츠츠미 유키히토는 그 자신이 만들어낸 스타일에 갇힌 듯 하다. 20세기 소년을 보는 내내 트릭을 보는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으니까. 그 특유의 연출과 추리문학풍의 만화가 어쩌면 잘 어울릴수도 있었겠지만, 어쩐지 이 영화에서는 잘 비벼지지 않은 비빔밥처럼 나물과 밥이 따로 노는 것 같았다.

영화는 거의 대부분을 만화의 내용을 그대로 따오고 있다. 순간순간은 감탄이 나올 정도로 만화를 그대로 재현해내고 있다. (어린 시절 동키가 뛰어내릴 때라던가, 피의 그믐날 켄지의 노래를 듣던 청년들, 그리고 로봇의 조종석을 향하는 켄지는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하지만 그래서일까, 아니면 연기력 때문일까. 분명이 움직이는 영상을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정지화상인듯한 신Scene들이 보이는 것은 아쉬웠다. 또한 이 만화에서 음악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만화에서 설명하는 켄지의 음악 인생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고, 지나치게 켄지 위주로 흘러가는 구성도 아쉬움을 더했다.

아무리 자정이 넘어서 보았다지만, 20세기 소년을 보면서 졸리다니, 이럴 순 없어! 라는 한탄도, 걸걸한 켄지의 목소리라니 라든가 경망스런 요시츠네라니 라든가 즐거운 칸나라니 라든가 하는 마음 속의 외침도 이제는 소용없어진 일이지만 (반지의 제왕을 제작할 때 팬사이트의 지원이 있었다는 걸 생각해보면 왜 이 영화는 그런 일을 하지 않았는가 싶기도 하지만, 작가가 살아있으니 뭐) 1장에 대한 비판이 일본 내에서도 없지는 않을테니 2장, 3장은 좀 더 분발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원작을 아는 사람에게는 기대에 미치지 않고, 원작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어려운 영화로는 남지 않았으면 한다. 허지웅님의 말처럼 밥레논을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즐거움이 전부라면 1장만으로 충분할테니까.

만화는 소설과 달리 독자의 상상력의 범위가 제한된다. 그래서 영화가 되었을때의 기대도 다를 것이다. 소설처럼 상상했던 인물이나 상황이 실제 영상으로 재현되는 것만으로도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다크나이트가 배트맨과 조커를 재창조했듯 20세기의 소년들을 그대로 필름으로 옮기기보다는 재해석한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그래서인지 최종 편집권에 대한 권리 때문에 영화를 거절했다는 봉준호 감독의 뒷 이야기가 더 아쉬움을 남긴다.


덧. 그런데 어째서 1장이 강림인거지? 이 강림이 성모 강림은 아닐테고... 친구 강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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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18 23:00 2008/09/18 23:00
부모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려서 책을 좋아하지 않은 아이는 거의 없다. 어른이 되어서야 어떻든 어렸을때는 누구나 - 객관적이지는 않지만 - 많이 읽고, 자주 읽는다고 알려진다. 하지만 점차 읽는 책의 목록에서 교과서와 참고서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책을 읽는 시간을 다른 일 - 게임이나 영화, TV, 그리고 일 - 을 하는 시간이 잠식해가면서, 즉 나이가 들어가면서 삶에서 책이 차지하는 비중은 현격하게 낮아지곤 한다. 나 역시 어렸을때 제법 책 좀 읽었다고 침을 뱉을만했고, 고등학생때는 학교 바로 옆의 도서관에 뻔질나게 드나들었으며, 야자시간에 만화와 소설을 탐닉했던 과거를 갖고 있지만, 요즘은 한달에 책을 읽는 시간이 닥터 후 시즌 하나를 보는 시간보다 적으니 할 말이 없다.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 - 10점
제레미 머서 지음, 조동섭 옮김/시공사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은 영화 Before Sunset에 나왔고, 율리시즈를 처음 출판한 것으로 유명한 파리의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를 무대로 하는 이야기이다. 주인공 제레미 머서는 사회부 기자로 일하던 캐나다에서 무작정 떠나 파리에 머무른다. 하지만 이내 돈이 떨어져 노숙자로 전락할 위기에서 그는 공짜로 잘 수 있다는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로 들어가게 되고, 그 안에서 많은 사람과 많은 책과 무엇보다 조지 휘트먼을 만나 작가로서의 삶을 새롭게 시작하게 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 역시 눅눅한 책 냄새와 함께 했고,
무정부주의자이면서 지독한 공산주의자인 조지에게 빠져들었고, 간이 침대에 앉아 페이퍼북을 읽고 있는 상상을 했다. 아무렴 어때, 라는 마음이 가득차고, 모두 다 잘될거야 라는 최면에 걸릴법했다. 가보지 않았지만 어느새 이 서점은 내게 향수 가득한 곳이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도서관에 잘 가지 않게 되고, 서점에서 책을 사는 권수가 줄어들게 되었다. 책 머릿말을 읽으며 책을 고르던 일이 줄어들면서 리뷰만을 찾아다니기도 하고, 서점 구석에 숨겨진 보물을 찾아내는 즐거움도 없어졌다. 책을 읽는 것은 단순히 그 작품을 접하는 것뿐이 아니라 그 책을 발견하고, 고르고, 손에 넣는 것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서서히 잊어가고 있었다. 제레미 머서가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에서 살아가는 일상과 그 주변의 이야기, 그리고 사건들에 치우쳐진 이 이야기는, 그러나 나에게는 서점을 가는 즐거움을 다시 생각나게 해주었다.

어쩌면 내가 파리에 가는 날, 난 에펠탑보다, 노트르담 성당보다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를 먼저 찾게될지도 모르겠다.
2008/06/30 16:51 2008/06/30 16:51
일년에 한두번 있을법한 극장 나들이. 기분전환 삼아 인크레더블 헐크나 쿵푸 팬더같은 쉽고 자극적인 영화를 볼까 하다가, 우연처럼 Cry with us 뮤직비디오를 보게 되었고 마침 그날이 개봉일이었고 와이프가 보고 싶어했던 크로싱을 보게 되었다.

[##_1C|1408548532.jpg|width="450" height="643"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_##]영화는 관객들의 눈물샘을 부러 자극하여 감정을 극도로 끌어올리려고 하지 않는다. 감독도 배우도 음악도 그저 담담히 말을 할 뿐이다. 꾸며낸 것이 아니라 이것이 진짜 현실이라고, 특별한 어떤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로부터 불과 몇십킬로 떨어지지 않은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같은 말을 쓰고 같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있는 그대로의 삶이라고 조용히 이야기해줄 뿐이었다. 하지만 배부름과 낭비에 물들어 있는 메마른 가슴에게는 사막의 비와도 같이 반갑고 슬펐다.

힘들어, 어려워 라는 말들이 입에 붙어 있어서 정말로 자신의 삶이 힘들고 어려운 줄 착각하고 살게 된 것 같다. 한달에 수백만원의 돈을 거머쥐고도 여전히 돈이 없다고 말하고, 입맛이 없다는 핑계로 죽인 닭과 돼지가 얼마던가. 알량한 기부금 몇 푼으로 할일을 다하고 있다고 자위하며 조금만 추워도 보일러를 빵빵하게 틀고, 조금만 더워도 에어콘 리모콘을 집어드는 날이 일년 중에 365일이다.

남한으로 끌려온 용수가 결핵약을 사기 위해 약국을 들렀을때 그에게 돌아온 답은 보건소의 무료 공급이었다. 어떤 이들은 공짜로 누리고 있는 것들을 어떤 이들은 돈을 주고도 누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것은 비단 북한의 문제만이 아니고, 아프리카만의 문제도 아니다. 같은 나라 안에서도 그러하고, 같은 지역 안에서도 그러하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차이도 아니고, 선함과 악함의 차이도 아니다. 그렇기에 이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북한에서 굶어 죽는 이를 동정하며, 이웃의 병들어 죽는 이를 도와주어야 한다. 아프리카의 굶어 죽는 이를 동정하며, 북한의 병들어 죽는 이를 도와주어야 한다. 이념이고 사상이고 다 개소리이다. 굶어 죽지 않는 사람이라면, 병들어도 치료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렇지 못한 사람을 항상 마음 한 켠에 두어야 한다. 영화는 한 가족의 삶을 통해 그것을 우리에게 말해준다.

실용 정부는 이를 무시한다. 단 한번도 자신들의 배부름을 돌아보지 않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동정의 마음을 가져보지 못한 이들은 이념과 이익을 끼워 넣어 어떤 이들의 생명을 볼모로 잡고 있다. 실용이라는 번드르르한 말만 있고, 김정희가 무덤에서 일어날만큼 실사구시를 허트르게 만드는 이 정부가 갈 길은 결국 단 하나뿐이다. 사람을 다스리면서 사람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들이 다스리는 것이 무엇일지는 뻔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영화와 같은 맥락의 북한 어린이 돕기 프로젝트 앨범의 Cry with us를 들어보자.

2008/06/30 10:56 2008/06/30 10:56
이번 분기에는 제법 괜찮은 애니메이션을 몇개 만날 수 있었다. 그 중에 하나가 미디어 양화법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전쟁을 다룬 도서관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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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과 전쟁이라는 단어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 정적인 공간과 동적인 상황. 사실 제목만 보았을때는 그다지 보고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 제목의 이질감이 오히려 더 눈을 끌었달까.

앞서 얘기했듯 이 작품의 키워드는 미디어 양화법이다. 미디어의 해악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다는 표면적인 이유로 모든 미디어가 검열되고 차단되는 가깝고도 먼 미래. 그리고 미디어를 검열하고 압수하고 차단시키는 양화대와 도서를 지켜 국민에게 알권리를 제공하는 도서대간의 치열한 전쟁. 그 한가운데서 볼 권리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용감무쌍한 소녀의 이야기. 진지한 주제를 깔끔한 그림체와 코믹한 전개로 잘 그려내는, 보다보면 빠져드는 그런 작품이다.

하지만, 이 작품이 그저 그런 이유만으로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은 아니다. 얼핏 보면 현실과 동떨어져보이고, 실현가능성도 없는 환상의 이야기같지만, 사실은 우리의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기도 한 것이다. 이미 우리는 수십년전부터 짧게는 십수년전까지 지독한 검열과 차단속에 살아왔고, 여전히 일부 언론은 그릇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또 이따금 정부에서 미디어 양화법을 실현시키기도 한다. 애니메이션을 보며 웃지만, 그것은 이미 우리 주변에 현실이 되어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은 일본을 무대로 그려지고 있지만, 사실 가까운 미래의 한국의 모습이 아닐까 싶어, 보면서 이따금 불안해지곤 한다. 카사하라같은 사람이 있다면 그래도 희망은 있겠지만...
2008/06/25 10:44 2008/06/25 10: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