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위기 27장 [열기]
하나님께서는 돈을 지불하고 필요한 물건을 사지 않으신다. 짐승을 잡아먹지도 않으신다. 부릴 종을 구입하지도 않으시고, 집을 지을 자재를 구하지도 않으신다. 옷을 지을 실을 필요로 하지도 않으시고, 저축도 하지 않으신다. 하나님께서는 물질도, 생명도, 아무것도 필요로 하지 않으신다.
하지만 하나님은 여러차례 그에게 드리는 예물에 대해 말씀하신다. 속죄제와 화목제를 비롯한 각종 제사와 절기를 위한 제물들, 십일조나 서원제물같은 자원하여 드리는 예물들, 집이나 땅, 사람등 각종 성물들.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으신 하나님께서 왜 우리에게 이런 것들을 요구하시는 것일까. 하루하루 먹고 살기도 힘든 사람들에게도 무언가 하나쯤은 내놓으라고 하시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혼을 할때에는 서로 예물을 주고받는다. 서양에서는 결혼식장에서 교환하는 반지 하나로 끝내는 것 같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함지아비가 지고가야 할 정도로 예물이 가득 담긴 함을 보내기도 하고, 혼수라는 이름으로 살림살이 이외의 것들도 잔뜩 구입하기도 한다. 허례허식도 많고, 불필요한 것들도 많고, 마음보다 물질을 먼저 보는 풍조를 조장하기도 하지만, 예물은 본래 상대에 대한 예의와 베푸는 마음이 표현된 것이 아닐까. 사랑하는 사람에게 무엇이든 주고 싶은 것처럼, 좋은 것만 주고 싶은 것처럼 말이다.
하나님께서 특별하게 우리에게 무언가를 받고 싶어서 이러저러한 것들을 달라고 하시진 않았을 것이다. 그 분은 무엇이든 만들어내시며, 무엇이든 이미 가지고 계신 분이고, 무엇도 필요로 하지 않으시는 분 아닌가.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은 바로 우리의 마음이다. 바로 우리 자신이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정결하게 되어 그의 옆에서 그와 함께 동행하기를 원하신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 타락하고, 원죄를 품고 있었다. 그래서 하나님은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각종 제사와 예물을 통해 자신을 성결하게 하여 하나님께 다가갈 수 있게 만드셨다. 하지만 그들은 늘 딴청을 피우고, 눈을 돌리기 일쑤였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물질을 받으셨다. 이러한 규칙과 절기를 통해 그들의 눈이 다시금 하나님께로 돌아오며, 사람이 귀히 여기는 물질을 드림으로 물질보다 더 귀하게 여겨지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형식과 물질이 마음을 하나님께로 붙들어둘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엄하게 보이는 하나님의 명령과 규례들에서, 우리는 더 깊고 간절한 하나님의 사랑을 발견할 수 있다. 이스라엘 자손에 대한 깊은 사랑을 이기지 못하여 그들이 바람피지 못하도록 얽매고, 가두어두며, 으름장을 놓는 하나님의 강한 사랑과 용서하고, 소망을 함께 바라보며, 함께 즐기기를 기대하는 애틋한 사랑의 모습. 레위기는 단순히 이스라엘 자손에게 주신 하나님의 규례가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에서 함께 거할 소망을 이루어가는 울타리인 것이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