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참에 마침 집에 오는 버스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대화 프로그램을 듣게 되었다. 짧은 거리인데다가 그런 프로그램인줄 모르고 음악을 듣다 얼결에 듣게 되어서 얼마 안되는 분량이었지만, 그래도 그가 여전하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이 얘기는 내일이면 블로고스피어에 잔뜩 올라올테니, 그리고 들은게 얼마 안되어 알지도 못하니 접고, 제대로 들은 녹색 성장에 대한 부분만 살펴보자. 대통령의 녹색 성장에 대한 생각은 크게 세가지로 볼 수 있다. 이것은 환경에만 관련된 것이 아니다, 이것은 정치 논리로만 볼 것이 아니다, 이것을 안따르면 국제 시장에서 물건을 팔지 못한다. 얼핏 보면 맞는 얘기인 것 같고, 제대로 된 생각 같고, 올바른 지도자의 마인드같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역시 얼핏 봐도 초등학생 정도의 논리밖에 펴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명박이 줄기차게 선전하는 것은 경제이고, 나아가 실용에 묶인다. 많은 사람들이 실용 정부가 도대체 무슨 실용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하지만, 실용은 이명박의 선전문구이자 이 사람의 세계관을 형성하는 가장 큰 부분이다. 수단과 방법의 선함과 올바름, 양심 따위보다 결과를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이자, 눈에 보이는 것을 최고로 여기는 가치관이다.
그런데 이 실용이 과연 조선 후기의 쟁쟁한 실학자들이 펼친 실사구시의 철학과 맞닿아 있는가? 이 사람의 실용이 최대한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최선의 길을 찾는 시스템과 관계가 있는가? 아니면 그토록 외치는 경제 성장과는 관계가 있는건가?
이제는 제법 들통나버리고 만 이명박의 실용은 돈이다. 우리 모두가 잘 살게되는 그런 돈이 아니라, 내 배가 부르고 내 주위 사람들 배만 부르면 되는 그런 돈이다. 이명박의 경제를 판단하는 기준은 서민들이 그들의 소득으로 얼마나 누릴 수 있는가가 아니고, 저소득층이 배를 곯지 않고 살 수 있는가도 아니다. 그가 관심있어하는 지표는 보다 가시적이고 쉽게 볼 수 있는, 이를테면 한국의 10대 부자들의 소득 상승률 따위인 것이다.
이러한 수준 낮은 경제 인식을 가지고 있는데다가, 이 경제 인식이 인생의 목표가 되버린 사람이다보니 녹색 성장과 같은 환경 문제에 접근할때조차 돈이 우선이 되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나 자원의 고갈은 남의 일이 아니다. 해마다 여름은 더 더워지고 있고, 국제 유가의 장난질에 국가 경제가 출렁인다. 어느 카피처럼 지구를 빌려 쓰는 입장에서 당연히 생각해야할 문제이고, 후손들이 살아갈 터전을 위해 당연히 선택해야할 문제이다. 하지만 이 사람의 생각은 오직 돈이다. 환경 따위야 알 바 아니고, 따르지 않으면 돈을 못버니 울며 겨자먹기로라도 지키겠다는 것이다. 어느 코미디언의 말마따나 천박하다, 천박해.
경제는 중요하고, 지금같은 시기에는 더욱 회복을 위해 - 성장이 아니라 회복을 논해야 하는 시절이 되었다 -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한 국가의 지도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균형 감각을 가져야 한다. 언제까지 철부지 어린애 행새를 할 요량인지 참 궁금하다.
Posted by SeNS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