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에 해당되는 글 6건

그동안 IT 업종 중에서 SI를 위시한 소프트웨어 업계에는 인력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었다. 업체들은 능력과 경력에 무관하게 등급과 단가를 낮추려고 노력했고, 개발자들은 그저 일밖에 모르는 순둥이들이었다. 주는대로 받고, 보여주는대로 믿는, 어찌보면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하는, 그렇지만 거짓과 속임이 만행하는 뒷골목의 세계같다고나 할까. 정부 기준안조차 업체 마음대로 적용되었다 안되기도 하는 등 무법천지나 다를 바 없었다.

그래서 계속 여러 문제제기들은 있어왔다. 하지만 딱히 해결방안이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개발자에 대한 정확한 통계조차 가지고 있지 못한데다가 업체는 업체 나름대로, 개발자는 개발자 나름대로 그런 것들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제대로 된 노조를 갖지도 못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주장할 수도 없는 전산개발자들은 그저 먹고 살기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정부도 필요성은 알고 있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런데 정부가 바뀌고 흉흉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소프트웨어 기술자의 경력을 국가에서 관리해준다는 것이다.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경력 관리를 위해서는 공신력 있는 기관이 관리해주는 가장 바른 방법일테지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했고, 정보기술보호법 등과 함께 정부에서 인력을 감시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한 과거 경력 문제들과 같은 민감한 사항들도 많았다.

그리고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던 사이에, 다른 사안들과 마찬가지로 정부는 밀어붙혔다. 그렇게 나온 것이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에서 내놓은 소프트웨어 기술자 신고제이다. 이 제도는 현재 이미 시행중이다. 개발자를 고용하는데에 이 제도에 따른 증명이 강제 조항은 아니지만, 업체들로서는 지금은 득이 많기 때문에 점차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개발자로서는 잃는 것이 너무 많다. 대부분의 개발자가 과거 경력을 증명하기 어려운데, 과거 근무했던 곳을 모두 찾아가 직인을 받거나, 폐업 사실을 신고자가 증명해야하고, 급여만으로 증명이 안되거나, 자격증 취득 이전 경력은 50%만 인정되는 등, 폐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게다가 이건 아무리봐도 건설업계의 경력 관리를 그대로 본따온 모양이라, 업계와 잘 맞지도 않는다. 좋게 봐줘도 개발자들 삥뜯는 정책밖에는 더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일각에서는 신고를 거부해서 부당함을 알리자던가, 아고라에서 서명 운동을 벌이기도 하는 모양이지만, 사실 전산 개발자만큼 단합이 안되는 직종도 드물어서 개개인의 외침 정도밖에 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개발자들 이외에는 아무도 신경써주지 않는다. 우리가 아무리 부당함을 주장해도, 사회는 관심가져주지 않는다. 물론 귀머거리 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결국 대형 업체들을 앞세워 각 업체들이 소속 개발자들을 묶어 신고하기 시작했고, 그들과 일하는 개발자들 역시 울며 겨자먹기로 참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고무적인 것은 아직까지는 프리랜서의 참여율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어느 누가 눈뜨고 제 경력을 베어가는데 가만히 보고 있겠는가. 신고제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프리랜서의 소극적인 저항 운동인 것이다. 하지만 정부와 발주처들과 협력업체들은 서서히 목을 졸라올 것이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당장의 생계가 아쉬워 등급을 낮춰 투입되는 개발자들이 수두룩한 현실에서 그들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말로는 IT 강국이라지만, 정작 IT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이 나라의 IT 현실을 안타까워하고 부끄러워한다. 내부에서 인정받지 못하면서 국제에서 얼마나 인정받을 수 있을까. 그들은 다만 우리의 - 작은 나라라 가능한 - 통신 인프라 정도를 부러워할 뿐이다. 정말로 IT 강국이 되고 싶다면, 이제 IT 개발자들을 그만 죽여야 할 것이다. 우리는 프로젝트마다 쓰고 버리는 소모품도,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의 일부분도 아니다.
2009/07/23 16:02 2009/07/23 16:02
어제 티맥스소프트에서 티맥스윈도우9, 티맥스오피스, 티맥스스카우터 등이 발표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나름대로 기대(?)해왔고, 소문만 무성했던 제품인만큼 많은 사람들이 시연회에 참여하고, 보고, 포스트를 올렸다. 시연회도 가지 않았고, 보지도 않은 나로서는 포스트를 보고, 혹은 동영상을 보고 판단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감상은 다녀온 사람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일단 제품만을 놓고 보면, 아니 아직 출시되지 않았으니까 시연회만을 놓고 보면, 이게 어느정도 완성된 제품의 시연회인지 제작발표회인지 구분이 잘 되지 않을 정도로 참담했다. 티맥스윈도우와 티맥스오피스, 티맥스스카우터가 함께 돌아가는 모습은 커녕 각기 따로 돌아가는 모습조차 제대로 볼 수 없었다. MS윈도우즈 XP를 그대로 따라한 - 호환성이라는 말이 디자인까지 적용되는 줄은 처음 알았다 - 티맥스윈도우9. MS 운영체제 사상 최악이었던 Windows ME를 능가하는 듯한 모습은 참 안타까웠다. 아무것도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제품을 왜 발표했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일반인이 아닌 실제 고객 앞에서 저런 시연을 한다면 회사 제대로 말아먹게 생겼다. (오픈소스와 이미 개발된 엔진으로 범벅인 오피스와 브라우저는 말할 수준도 안되고)

그런데 사실 이 발표회의 이슈는 이런 동작하지 않는 제품이 아니었다. 바로 발표회에서 티맥스 대표와 개발 총괄이 했던 발언이 문제였다. 이걸 개발하던 사람들 중에 이혼을 한 사람이 있다던가, 시간이 없어서 애인과 헤어졌다던가, 못된 아빠, 엄마 소리를 들었다던가, 쓰러졌다가 이틀만에 나와 다시 쓰러졌다던가, 아픈 것도 참고 일하다가 한달만에 병원을 찾았다던가 하는 괴담을 자랑하듯 말하는 모습에 기가 막혔다. 직원을 케어해줘야 하는 입장에서 나온 말이라 더욱 말문이 막힐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우리나라의 IT업계가 이 모양이 된 것이 하루이틀 이야기도 아니고, 어쩌면 개발을 한다고 하면 이런 환경을 당연스럽게 생각하기도 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결코 자랑은 아니고, 묵과해서도 안되는 일이다. 일을 위해 자신의 개인적인 시간을 일정부분 양보할 수도 있지만, 이것이 절대로 당연한 일이 되어서는 안된다. 대부분의 개발자가 잠자코 있다고 해서 용납되고 자행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야근과 회식을 거부하는 젊은 사원에게 손가락질하는 시대가 아니라 야근을 시키고 불합리한 오더를 태연히 내리는 관행이 문제가 되는 시대가 되었고, 또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 이런 상황으로 동정과 관심을 받으려 하는 일을 인정해서는 안된다.

이 바닥에서 일하면서 티맥스와 전혀 인연이 없는 것도 드물 정도로 - 세간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 규모가 있고, 실적이 있는 기업이지만, 소문은 그리 좋지 않다. 안그래도 개발자들 생고생을 시킨다고 들었었는데, 대표가 대놓고 이야기할 정도면, 그간의 고통이 얼마만했겠는가. 이 시연회를 마치고 깨졌을 팀장들과 개발자들을 생각하면 안타깝고, 11월에 정식 출시한다는데, 그때까지 날밤 깔 개발자들을 생각하면 눈물을 감출 수 없다. 이만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도 시간과 재촉에 쫓겨 오픈 소스로 범벅을 하고, 테스트도 제대로 못하고 내놓은, 꺾여진 그들의 자존심을 생각하면 내 가슴이 찢어진다.

부디 티맥스 임원진 여러분, 열정과 애국심 마케팅만으로는 제대로 된 성공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개발자들은 여러분의 이익을 위한 소모품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2009/07/08 14:29 2009/07/08 14:29
이제 또 하나의 프로젝트를 뒤로 하고,
개발자로의 삶을 살기 위한 프로젝트를 찾아 떠나야할 때가 찾아왔다.
장돌뱅이 인생이 즐거운 것은 아니나,
다른 선택의 폭이 워낙 좁다보니 이렇게 떠돌아다닐 수 밖에 없다.

예전, IT는 화이트칼라 계열인 줄 알았던 철없던 시절에는
그래도 꿈이 있었고, 휘황찬란한 미래도 보였다.
하지만 현실은 그런 나를 만족시켜주지 못했고,
결국은 프리랜서로까지 내몰렸다.

누군가 말했듯이
비전이 있다면 조금 힘들더라도 이겨낼 수 있다.
하지만 누가봐도 보이지않는 비전만을 생각하며
정당한 평가와 대우를 받지 못하는 이러한 생활을 지속할만한 사람이
얼마나 될런지.


그래도 아직은 포기하기엔 이르지 않나,
기대를 가지고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고
기술을 닦아가려 노력하고 있다.

언젠가 나도, 그리고 후배들도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좀 더 사람답게 살아가며
개발할 수 있는 그 날을 꿈꾸며...
2007/06/08 13:00 2007/06/08 13:00
TAG ,
메타사이트를 보면 IT관련업종에 재직하고 있거나, 공부하고 있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인지 개발자로서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글이 많다.

직장에서 어떠한 것이든 한가지 일을 하다보면
어렵고 힘들고 고생스럽지 않은 것이 있을까.
누구든지 자기 일이 가장 힘들고 괴로운 법일테지.
다만 블로깅을 하는 사람들의 특성이 IT계로 집중되는 현상이 있기에
블로그를 이용하면서 더 심심찮게 그러한 글을 찾아볼 수 있는 것이리라.
컴퓨터와 인터넷의 빠른 보급속도로 인함도 한몫 단단히 했을테고.1


나 역시 전산 관련 학과를 졸업하고 동일 직종에서 일하고 있지만,
넘치는 글을 보면 실력있는 개발자가 얼마나 많은지
나같은 사람은 명함은 커녕, 직업을 말하기도 부끄러울 정도일때가 많다.
하지만 스킬은 부족하다고 해도 나름대로 이 바닥에서 관록이 붙은 사람이니
감히 개발자라고 가슴을 펴도 민망하지 않겠지.


개발자의 정년이 35세라고들 한다.
수년 전, 이 일을 처음할때도 그렇게 들었고, 이제는 내가 그렇게 말하고 있다.
하지만 친구들과 비교해서 일을 일찍 시작한 편이라서일까.
아직 그 정년이라는 나이를 한참 바라보아야 하지만,
경력년수는 나 제법해요, 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 숫자가 되었다.

그래서 중급 개발자가 부족하면 나를 내보여 몸값을 높일 수 있을거다 라는
진담 섞인 농담을 하곤 한다.
인간관계가 서툴러 사람과 얽히고, 사람을 얽는 기획이나 영업이 싫기도 하고.
해서 할 수 있을때까지 개발만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스스로 발전을 막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여 뜨끔하기도 하다.


프리랜서로 늘 시간에 얽매여 살아가다보니
향후의 목표가 아른한 이로서 늘 이러한 혼란에서 맴돌게 된다.
무엇이든 척척 해낼만한 능력과 자신감도,
무엇에든 도전할만한 용기와 패기도,
무엇이든 받아들일만한 순수함도 없으니
곤란할 따름이다, 이놈의 인생이란...



  1. ② 오픈소스와 스크립팅의 대중화로 최소한의 노력과 학습욕만 있으면 전산을 배우지 않은 비전문가도 피상적인 결과는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아예 직접 짜거나 기술자가 필요하면 파견 조달하면 된다. 기술 그 자체가 우스워 보이고, 컴퓨터는 알고리즘을 고민하지 않아도 될 만큼 빨라졌다.
    via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기술이 중요한 이유 [Back]
2007/04/02 18:06 2007/04/02 18:06

이게 바로 IT

누림의 꿈 2007/02/02 09:07
요즘 일이 잘 안풀리고,
점점 수렁으로 빠져가는 느낌인데,
전혀 어색하지도, 이질적이지도 않아서
오히려 그 자연스러움이 궁금해졌는데...

바로 이거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개발자의 현실


(via zohn님)

언제쯤이나 삽질의 끝이 오려나...
(그때는 저 주변의 무리에 합류하게 되는걸까?)
2007/02/02 09:07 2007/02/02 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