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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 #1] 푸르지만은 않았던 청포대

기다리던 여름 휴가가 8월 1~2일로 잡힌 후, 처음 계획은 제주도였다. 그리고 비용과 여타 사정으로 제주도는 포기하고 내륙의 여행지를 탐색하였다.
그러나 성수기 중 극성수기, 극성수기 중 초극성수기. 손오공이 초사이어인이 되어 전투력이 끝없이 올라가듯, 숙박비와 부대비용은 오르고, 더 올라갔다. 1, 2주가 아니라 불과 며칠 차이에도 적게 몇만원 이상이 차이가 났었다.
아, 이렇게나 비용을 들여서 가야하나 싶던 차에, 아내가 결단을 내렸다. 텐트를 사자.
그렇게 우리의 – 만만히 생각한 – 캠핑은 시작되었다.

사실 초극성수기의 비용 문제는 캠핑장이라고 다르진 않았고, 사람이 붐비는 문제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나름 첫 캠핑의 어려움과 아이들의 놀거리를 생각해서 선택한 것이, 청포 아일랜드 캠핑장. 이런저런 이야기도 많았지만, 어차피 첫 캠핑이라는 건 그런 이야기를 들어도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니던가. 일단 가자.

캠핑을 가기로 하고, 예약도 했으니, 이제 장비가 사야지~. 행복한 지름의 시간이었… 을 줄 알았으나, 캠핑용품이 이렇게 비싼 줄,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생각해보면 텐트라는 걸 만져본 게 초딩 – 아니 국딩 – 이후 처음이었다 (이었던 것 같다. 기억이 잘 안난다). 그리고 그 시절엔 텐트에서 놀기만 하면 되었지 장비 따위야 알까보냐 나이 아니던가.
그래도 나름 텐트가 치기 쉽지 않았다는 건 기억하고, 자동 텐트를 사기로 했다. 펴기만 하면 좌르륵 쳐진다는 마법의 자동 텐트. 유명 메이커는 아니지만, 싸고, 크고, 나쁘지 않아보이는, 그야말로 초보 캠퍼의 품위가 팍팍 느껴지는 텐트를 샀는데… 으아, 너무 무거웠다.

비용 문제로 캠핑을 가는거니, 캠핑용품에 엄청난 돈을 투자할 순 없었다. 텐트는 샀지만, 남들 다 사는 것 같은 타프는 포기하고, 테이블은 샀지만, 비싸고 편해보이는 릴렉스 체어는 포기하고, 유행하는 감성 캠핑을 위한 가스/등유 랜턴도 포기하고, 튼튼해보이는 화로대도 포기하고…
대체 가능한 건 사지 않고, 없어도 될만한 건 사지 않고, 나름 컴팩트하게 장비를 장만했다.

휴가 시작 며칠 전, 첫 캠핑의 설레임에 회사에서도 일은 안하고 캠핑 사이트만 들여다보고, 사지도 않을 장비만 열심히 비교해댔다.
그리고 대망의 휴가 시작 전야. 분명히 컴팩트하게 장비를 장만했는데, 아니 도대체 왠 짐이 이렇게 많은거야!! 불필요한 건 없는 것 같고, 오히려 있어야할 것 같지만 뺀 것들이 더 많은 것 같은데, 트렁크는 벌써 꽉 차 있고, 조수석에도 짐이 한 가득, 뒷자리 발치에도 한 가득. 이래서 캠퍼들이 결국엔 차를 바꾸는구나 싶었다. (우리도 열심히 다니면 차를 바꿔줄라나?)

나름 시간을 재어 입실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서 근처에서 이러저러한 일들을 하려 했으나, 역시 초극성수기답게 차가 엄청 밀렸다. 덕분에 오히려 시간을 약간 넘겨 도착.
며칠 전까지도 비가 끊임없이 내리던 기록 갱신 장마가 연일이어서 비가 오면 어쩌나 했지만 오히려 햇빛만 쨍쨍. 덕분에 하늘이 아니라 몸이 장마가 되어 폭우가 내렸다. 텐트를 치는 게 어렵진 않았지만, 흐르는 땀과 열기에 녹초가 되어 버렸다.

텐트를 치고

텐트를 치고도 한참동안 사진은 생각도 못했다

 

텐트 전경

그래도 나름 그럴 듯

원래 이 쯤에서 캠핑장 전경이나 다른 텐트들의 사진이 나와주어야 하나, 여차저차 그런 사진은 찍지도 못했다. 그래도 비싸고 좋아보이는 텐트 (스노우피크는 왜 이리 많아) 들과 탐나는 장비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차차 사나가면 되지 뭐.

캠핑의 목적은 텐트가 아니다. 노는 거다. 놀고 쉬고 즐기는거다. 그래서, 놀고 쉬고 즐겼다.
사진을 남기면 놀았던 추억을 더 오래 기억할 수 있겠지만, 사진을 찍는 나는 놀 수 없다. 그래서 과감히 카메라를 내려놓은 시간이 – 나름대로는 – 많았다.
아이들과 해수욕을 하기 위해 해수욕장을 간 적은 별로 없어서, 그나마 몇 번 갔을 때도 이전에는 발만 담그거나 갯벌에서만 놀았었고, 동해에서는 파도도 세고, 깊이도 있어서 물에 충분히 들어가지 못했었는데, 이번엔 제대로 바다에 들어간 것 같다. 서해 바다는 그림처럼 파랗거나 아름답지는 않지만, 얕고 넓어서 아이들과 놀기에 참 좋다.

캠핑장을 누비는 건우

캠핑장을 누비는 건우

 

맛조개 캐기

갯벌을 다 팔 기세의 결과는 맛조개 세 마리와 미역?

 

갯벌 파기

흙만 있어도 즐거운 아이들

 

해변 달리기

물만 있어도 즐거운 아이들

 

조개섬

심심한 사진가의 뻘짓

 

엎드리

물이든 땅이든 옷이든 내 상관이랴

 

미역캐기

떠내려오는 온갖 풀과 쓰레기는 다 우리꺼

 

별주부

별주부 이야기와 함께

첫 캠핑은 아마 모두에게 긴장과 설렘과 실수의 시간일 것이다. 안그런 천재도 있겠지만.
전기릴을 빌리려고 하다가 실패하고 돈만 날리기도 하고, 글로 배워간 화로대에 고기 굽기도 영 어설펐고, 생각보다 더러운 시설에 불편하기도 했고, 밤늦게까지 시끄럽게 하는 무매너의 사람들 덕에 불쾌하기도 했다.
게다가 둘째날 아침부터 시작된 지지리도 낫지도 않고 무지하게 아프기만 하던 치통에 둘째날부터는 사실 기억이 별로 없다. 그냥 아파하고 참고 약만 들이키고 밥은 못 먹고 잠도 못 자고, 그러다가 시간이 다 되어 돌아온 것 같다.
그래도 나름대로 가족과 함께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했다는 것이 즐거웠다. 좀 더 능숙해지면 보다 더 캠핑 자체를 즐길 수 있겠지.

마지막 식사

마지막 아침은 역시 라면

 

정리

이제 정리하고 돌아갈 시간

 

안녕

첫 캠핑을 기념하며…

돌아갈 때가 되었어도 짐은 거의 줄지를 않았다. 왜!!
정리하고 차에 싣느라 – 아직 아침인데!! – 모든 힘을 다 소진하고, 이왕 태안에 왔으니 회라도 사가야지 싶어 헤매다 시간 버리고, 쥬라기박물관도 가야지 싶어 시간 버리고, 고속도로 막힌다기에 국도로 오려다가 시간 버리고, 저녁이 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우리의 첫 캠핑은 막을 내리고, 짧은 휴가도 막을 내리고…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