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arly Archives: 2012

아빠는 뭐하는 사람?

가은이가 나이를 먹어가니 아빠가 하는 일이 뭔지 궁금해한다. 또래들이 서로 이제 그런 얘기를 할만한 때가 되어서일지도 모르겠고, 선생님이 물어봐서일지도 모르겠고.

사람들에게서 무슨 일을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대개 난감하다. 엔지니어, 개발자 같은 용어는 이 분야 아니면 잘 모르기도 하거니와, 전산기술이 발전해서 사람들이 어느 정도의 IT 지식을 갖고 있는 요즘은 더더욱 컴퓨터 프로그래밍이라고 하면 대개 웹이나 게임이나 스마트폰 앱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아서 오히려 직업을 잘못 말하게 되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래도 귀찮을땐 그냥 IT요, 해버리기도 한다. 🙂

거기에 난 정해진 직장이 없는 프리랜서이다보니 회사이름도 말할 수가 없다. 그래서 가은이는 아빠가 사장님이라고 알고 있다. 사장님인데 왜 주말에도 일하고 밤늦게 들어오는지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하긴 하지만.

그러고보면 지금도 나이드신 분들이나 아이들에게 말하는 것처럼, 컴퓨터요, 라고 말하면 되었던 때가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만든 프로그램을 볼 수도 없는 사람들에게 어떤 종류의 프로그램을 만드는지를 설명해야 하는 것보다는, 두루뭉술하게 컴퓨터란 단어 하나만으로 충분히 의미가 통하던 때에는 프리랜서라서 어중간한 일도 없었을텐데.

덧. 나름 IT이지만 가장 IT와 먼 것이 SI 아닐까. 우린 IT로 중무장한 울타리에 갇혀 저 너머의 IT 신세계를 구경만 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