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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돌이의 한계?

IT 개발자로 일하다보면 자신의 홈페이지를 스스로 만드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한결같이 이야기하는 것은 디자인이 문제라는 것이다. 웹디자인도 하나의 전문 분야인데, 디자인적인 섬세함과 감각을 가지지 못한 개발자들이 기술만 믿고 덤비니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보기에도 뭔가 부족해보이는 사이트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왕왕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좀 쉬운 웹프로그래밍을 배워 혼자서 사이트를 만드는 웹디자이너가 더 유리하다.

대체적으로 기술자들은 어떤 일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과 시간의 흐름, 또는 사건의 흐름에 따른 상태의 변화같은 개괄적인 밑그림을 잘 그린다. 각 부분간의 유기적인 관계라던가 내외부의 연관 같은 것을 잘 파악하고, 보다 실험적으로 일을 진행시키는 경향이 있는 듯 하다. 하지만 디자이너같은 섬세하고 창조적이며 인간적인 면을 찾기는 쉽지 않다.

토목과에 여자가 드문 경우가 대표적일텐데, 토목은 힘과 기술로 밀어붙이는 분야라서 여성의 섬세한 감각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건축 설계의 면에 더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의외로 이 분야에서도 주도적인건 남성이다).

그럼 정치에서는 어떤 것이 더 도움이 될까. 그리 오래 생각해볼 필요도 없는 것 같다. 정치는 사람간의 관계를 위한 것이다. 국가 내부의 사람과 사람간, 그리고 서로 다른 국가의 사람과 사람간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조정을 위한 것이 정치일 것이다. 이러한 정치에는 기술보다는 예술이 더 도움이 될 것이다.

MB정부가 국민들과 지속적인 마찰을 빚는 이유 중 하나가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MB는 정치를, 그리고 나라를 기술로 대하고 있다. 그 자신이 기술자 출신이어서인지 몰라도 마치 나라의 현 상황이 오래된 아파트 단지라고 보고 재개발만이 답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일단 밀어버리고 새 건물을 올려주고 공원 만들어주면 모두 다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불편없이 살던 사람들은 큰 돈을 더 내고 새 집으로 들어갈 필요성도 잘 만들어져있던 놀이터를 없애야 하는 이유도 느낄 수 없다. 결국, 원래 살던 사람들은 더 헌 집으로 떠나고 호시탐탐 노리던 투기꾼들이 집을 차지하게 될 뿐이다. 노후된 시설을 교체해주거나 수리해주고, 지하주차장만 만들어주거나 하면 충분했을텐데, 살던 사람의 의견과 상관없이 기술적으로 가능하고, 기술이 할만한 대대적 변화도 이것밖에 없으니 밀어붙인 결과이다.

글쎄, 어쩌면 우리는 다시는 CEO출신, 혹은 기술자 출신을 대통령으로 뽑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기업가의 독단과 아집이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키는지, 결재서류 양식이 맘에 들지 않아 집어던지는 CEO의 독선적 추진력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생생하게 보고 있기 떄문이다. 수업료가 너무 비싸서 문제이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