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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당착

희망제작소 박원순 변호사에 대해 국정원이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했다는데, 어처구니없게도 원고가 대한민국이란다. 덕분에 본인의 이름을 빼달라는 캠페인까지 나왔고, 기사에도 동일한 내용의 댓글이 넘쳐나고 있다.

내 이름도 빼달라고 하고 싶지만,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고소장을 제출한 국정원을 상대로 명예훼손 고소를 하고 싶은 마음이다. 내 동의도 없이 묵시적으로 내 이름이 포함된 명칭을 사용하여 나 역시 그 고소 사건에 포함시켰으며 명의를 도용했으니 불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한민국이 원고로 성립할 수 있느냐는 둘째 문제이고, 국정원이 국민을 대표하는 기구는 아닐진대 사사로이(?) 국민의 이름을 사용해도 되는지, 이것에 대한 법적 책임은 어떻게 되는지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보다 더 웃긴 것은, 대한민국을 원고로 삼은 이상 박원순 변호사가 스스로를 고소했다고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정인의 이름을 나열하지 않고 대한민국이라는 포괄적인 명칭을 사용한 것은 국정원이라는 이름을 사용한 것보다 이슈성에 있어서 더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포괄적 명칭에는 모든 국민의 이름이 포함되었다고 봐야하니, 결국 본인이 본인을 고소한 셈이 아닌가. 국정원에는 법률 자문은 있을지 몰라도 상식은 없는 것 같다.

어쨌든 법원이라도 상식이 있다면 저 소송은 소 풀 뜯어 먹는 소리가 될테고, 덕분에 아름다운 가게 등에 도움의 손길들이 늘어났다고 하니 박원순 변호사의 말처럼 오히려 국정원이 도와준 셈이랄까. 이 정부는 도와주는 것도 참 어렵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