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Archives: 9월 2008

21세기의 20세기 소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리는 지금 그 시절에 꿈꾸던 그런 어른이 되어 있을까…
지금의 우리를 보면, 그 시절의 우리는 비웃을까…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반지의 제왕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그를 이어 소소하게(?) 나니아 연대기들이 영화화되고, 베오울프도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영화로 다시 태어났다. 그리고 터치나 러프도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다크나이트는 영화사에 큰 획을 그었다. 여러가지 도전들이 앞다투어 고개를 내미는 가운데 역시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만화가 영화의 옷을 입고 우리를 찾아왔다.

일본 영화 사상 최고의 제작비를 들여 3부작으로 만들었다는 영화의 결과는… 글쎄. 아직 3부작 중 제 1장만 공개된 상태이고, 내용상으로도 이제 겨우 서막이 올랐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아직 결과를 내기에는 섣부를지도 모르지만, 지금으로서는 점수를 후하게 주긴 힘들 것 같다.

몇 년 전에는 트릭에 푹 빠져있었다. 아베 히로시와 나카마 유키에의 콤비도 즐거웠지만, 적당한 긴장감과 유머를 잘 섞어낸 감독의 연출도 드라마를 계속 볼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세 시즌의 드라마를 만들어낸 그 성공 때문일까. 츠츠미 유키히토는 그 자신이 만들어낸 스타일에 갇힌 듯 하다. 20세기 소년을 보는 내내 트릭을 보는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으니까. 그 특유의 연출과 추리문학풍의 만화가 어쩌면 잘 어울릴수도 있었겠지만, 어쩐지 이 영화에서는 잘 비벼지지 않은 비빔밥처럼 나물과 밥이 따로 노는 것 같았다.

영화는 거의 대부분을 만화의 내용을 그대로 따오고 있다. 순간순간은 감탄이 나올 정도로 만화를 그대로 재현해내고 있다. (어린 시절 동키가 뛰어내릴 때라던가, 피의 그믐날 켄지의 노래를 듣던 청년들, 그리고 로봇의 조종석을 향하는 켄지는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하지만 그래서일까, 아니면 연기력 때문일까. 분명이 움직이는 영상을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정지화상인듯한 신Scene들이 보이는 것은 아쉬웠다. 또한 이 만화에서 음악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만화에서 설명하는 켄지의 음악 인생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고, 지나치게 켄지 위주로 흘러가는 구성도 아쉬움을 더했다.

아무리 자정이 넘어서 보았다지만, 20세기 소년을 보면서 졸리다니, 이럴 순 없어! 라는 한탄도, 걸걸한 켄지의 목소리라니 라든가 경망스런 요시츠네라니 라든가 즐거운 칸나라니 라든가 하는 마음 속의 외침도 이제는 소용없어진 일이지만 (반지의 제왕을 제작할 때 팬사이트의 지원이 있었다는 걸 생각해보면 왜 이 영화는 그런 일을 하지 않았는가 싶기도 하지만, 작가가 살아있으니 뭐) 1장에 대한 비판이 일본 내에서도 없지는 않을테니 2장, 3장은 좀 더 분발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원작을 아는 사람에게는 기대에 미치지 않고, 원작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어려운 영화로는 남지 않았으면 한다. 허지웅님의 말처럼 밥레논을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즐거움이 전부라면 1장만으로 충분할테니까.

만화는 소설과 달리 독자의 상상력의 범위가 제한된다. 그래서 영화가 되었을때의 기대도 다를 것이다. 소설처럼 상상했던 인물이나 상황이 실제 영상으로 재현되는 것만으로도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다크나이트가 배트맨과 조커를 재창조했듯 20세기의 소년들을 그대로 필름으로 옮기기보다는 재해석한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그래서인지 최종 편집권에 대한 권리 때문에 영화를 거절했다는 봉준호 감독의 뒷 이야기가 더 아쉬움을 남긴다.

덧. 그런데 어째서 1장이 강림인거지? 이 강림이 성모 강림은 아닐테고… 친구 강림인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