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Archives: 5월 2007

이동의 자유

대체로 1호선 – 5호선 환승역의 경우 환승거리가 길다.
그 중 신길역의 경우에는 3층 높이에 가까운 계단이
5호선 방향 끝무렵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다.
계단이 길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면서도,
걷거나 뛰다시피 걸어 오르내리곤 한다.
한쪽을 비워두는 것이 에티켓인양 왼쪽을 막고 서있는 사람에게 눈을 흘기며.
하지만 착각은 위험을 부르기도 한다.

걸을 수 있는 사람들이 그렇게 바삐 제 갈길을 재촉하는 동안에
걸을 수 없어 휠체어를 타는 사람들은 경쾌하고 지루한 멜로디를 들으며
천천히 내려오는 이동발판을 기다려야 한다.
그들이 이동할 수 있는 보통의 속도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는 느린 이동수단을.

승강기에서 걷거나 뛰지 말라는 안내를 무시하고,
자신과 타인의 안전을 생각하지 않고 걸음을 재촉하는 이들이,
안전이라는 포장으로 감싼
어떻게 봐도 겨우 최소한의 수준을 간신히 넘은 이동수단을 설치해주고는
제 갈길을 가버리는 작태는 이미 우리 사회의 익숙한 의식수준이다.

하지만 한번쯤
느릿느릿 내려오는 – 혹은 올라오는 – 발판을 바라보는,
그리고 어쩔 수 없이 그 수단에 의지해 올라가는 – 혹은 내려가는 – 이들의
고된 얼굴을 본다면
조금쯤은 그들에게도 우리들처럼 서둘러 가야할 곳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지도 모른다.

가능하다면
더 이상 우리가 아주 조금 더 빨리 가기 위해 걷다가 고장난 승강기를 고치는데 쓰는 돈을
장애인들의 이동수단을 조금 더 빠르게 하기 위해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