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Archives: 4월 2007

그들만의 리그

며칠 전 오랫만에 K군과 저녁을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었다.
그러면서 나온 이야기 중에,
그 전전주에 독일에 출장갔다 온 이야기가 있었다.
독일을 비롯유럽에서는 버스를 타도 티켓 검사를 하거나 제출하는 일이 없다고 한다.
물론 티켓은 사지만, 이용하는 승객이 당연히 티켓을 가지고 있으리라 여기고
불필요한 검사나 제출 시간을 단축한다는 것이다.
가끔 검사할때 티켓이 없으면 몇십배에 달하는 벌금을 내야한다고 하지만.

그들의 생각 기저에 깔린 시민의식을 이야기하는 도중에
인터넷 뱅킹을 위시한 Active X에 대한 이야기가 툭 튀어 나왔다.
많은 문제를 안고 있지만 엄청난 점유율을 장악하고 있고, 또 여전히 사용되고 있는 이유 중에
우리의 서로를 믿지 못하는, 그리고 기업도 고객을 믿지 못하는
심각한 시민의식도 한몫 차지하고 있을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의외의 발언.
Active X가 한번 설치되고서 다시 지워지는게 아니었냐고 하는게 아닌가.
IT계통에서 일하는 것도 아니고, 업무와 게임 이외에 컴퓨터를 사용할 일도 없는 이에게
Active X가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 어떻게 작동하는지의 지식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내 PC에 어떤식으로 설치되고 움직이는지 정도는 기대했었는데,
이것이 전산인이 모르는 일반인의 세계였다.

궁극적으로 개발자가 사용자에게 제공해주어야 하는 것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떤 부분을 조심해야 하고 어떤 오류에 대처해야하는지가 아니라,
사용자가 내가 무엇을 쓰고 있는지도 모른채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일 것이다.
컴퓨터 서비스 센터에서 가장 많이 말하는 것이
파워버튼을 누르세요, 리셋버튼을 누르세요 라는 유머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유저에게
Active X가 취약할지도 모르니 패치하라는 것은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개발자의 개발의 편리를 위해
사용자의 사용의 불편을 가져온다면,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마땅히 포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