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만 나누던 고충들이 블로고스피어로 노출되면서 결국 저녁 뉴스에 나오기도 하고 많은 공감과 동정을 얻기도 하는 것도 다 그 덕분이겠지. 개발자들이 좋은 대우를 받지 못하고, 불합리한 처우에도 문제제기하지 못하는 상황이야 어제 오늘일은 아니지만, 이제라도 공론화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간 아들네미가 늦게 오는 것이 회사가 이상하거나 아들이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업계 전체의 문제라는 것을 어머니가 알게 된 것도 소득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고.
물론 나도 이 길로 들어오기 위해 공부하거나 준비하는 이들을 보면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며 말리고 싶은 마음이지만, 그러기에 앞서 한가지 우려되는 일이 있다. 원래 신규 인력의 이탈이 심한 업종이긴 하지만, 이런 이슈의 확대와 정보의 공유가 갓 일을 시작한 신규 개발자들을 더 혼란스럽게 하여 이탈을 더 가속화하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다.
3D를 넘어 4D (Difficult, Dirty, Dangerous and Debugging) 라고까지 불리우며 업계에서는 기피되어야하고 기피되는 직종에 탑으로 손꼽히는 것이 IT이지만, 아직도 외부에서 보면 자유롭고 비젼이 많은 곳인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신규 인력들의 상당수 역시 그러한 환상을 보고, 꿈을 품고 들어온 이들일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과도한 노동력 착취에 관한 정보와 이직의 권유를 자주 접하다보면 자신이 일하는 환경이 정말 그렇게 최악의 상황이 아닐지라도 동일시하게 될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일을 배우고 경력이 늘고 직급이 높아지면서 그런 환경을 개선시켜나가야할 이들이 지레 겁을 먹고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근무환경을 성토하는 의견의 많은 수가 그러니 이직하자, 희망이 없다, 그냥 참자는 식으로 글을 맺고 있는 것이 우려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애자일Agile 방법론이나 탄력근무제, 더 많은 복리후생이 우리의 상황을 조금 더 낫게 해줄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한다. 생각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는 구시대적인 마인드의 갑과 일을 하고, 노동시간과 업무 효율이 비례한다고 믿는 관리자들에게 관리당한다. 하지만 또한 우리는 이런 환경이 바뀌리라고 믿고 있지 않은가. 새벽에 붉게 충혈된 눈을 비비며 책상에 쌓인 종이컵더미에 하나를 더 올려놓으면서도 그 날을 꿈꾸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후배들에게 절망과 도망만을 가르치지 말고 그 꿈을 이야기하고, 방법을 토론해보자. 언젠가는 저 무능한 국회의원들을 몰아내고 제정신 차린 대한민국이 될거라고 믿는 많은 국민들처럼, 우리 IT도 제정신을 차릴 날이 올 것임을 이야기해보자.
물론, 내 살아생전에퇴직전에 그 날이 올지는 모르지만. ㅡㅡ
Posted by SeNS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