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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피언 왕자

  • Posted at 05 20, 2008 15:47
  • Filed under 누림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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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내내 영화를 안보다가 가끔 볼때 이렇게 몰아서 보게 된다. 요런 시기에 또 볼만한 것들이 많이 하기도 하고. 살다보면 마땅히 봐줘야 되는 영화가 있기 마련인데,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가 내겐 바로 그런 류에 해당한다. 사실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는 판타지답게 편마다 각각 CG의 기술을 기대할만한 신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J.R.R 톨킨이 호빗을 쓴 후에 좀 더 성인층까지 아우르는 반지의 제왕을 쓴 것과 달리, C.S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는 7편 모두가 어린 아이가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동화로 되어 있기 때문에, 어려운 설정과 사상보다는 시각적이고 단순한 이야기로 진행된다. 그리고 대체로 그 시각적인 면이 전편에 걸쳐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다. 그래서 1편을 본 이후에는 CG에 대해서는 그다지 기대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도 여전히 이 영화가 봐줘야할 영화로 남아있는 것은, 소설 자체가 시각적이기 때문이다. 판타지는 상상의 산물이기 때문에, 소설을 읽는 개개인이 상상하는 것이 모두 다르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보기에 루이스는 많은 부분을 루이스 자신이 상상한 그림 속으로 독자를 인도하는 것 같다. 숲은 대강 설명하면서 휙 넘어가는가 하면, 나무에 대해서는 갖가지 종류와 생김새, 냄새까지 묘사하는, 그런 식이랄까. 그래서 영화가 얼마나 루이스가 바라본 것을 그려냈는지, 나의 상상과의 갭이 얼마나 좁혀졌을지를 확인하는 것은 즐겁고 기대되는 일이다. (물론 영화를 보고난 후의 상상력이 제한받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가은이가 잠든 후에 몰래 빠져나와서 영화관을 찾은 때는 이미 꽤 늦은 시각이었다. 하지만 맹세코 한순간도 졸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 있다. 2시간 25분이라는 전체관람가 영화치고는 꽤 긴 러닝 타임을 가지고 있지만, 그 대부분은 긴장하며 볼 수 밖에 없다. 처음 네 남매의 등장부터 싸움으로 시작한 영화는 쉴새없이 전투와 소소한 싸움들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캐스피언 왕자의 원작 자체가 다른 나니아 연대기에 비해 전투 장면이 많긴 하지만, 보다 잔잔한 장면을 압축하고, 전투 장면을 늘려 보는 내내 관객이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어준다. 이렇게 오래 긴장감을 유지시켜나가는 연출 수준은 인정할만 하다.

해리포터가 개봉할때마다 이슈가 되듯, 어린아이를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 영화의 단점은, 영화 속의 시간보다 실제 아이들이 더 빨리 성장한다는 점이다. 캐스피언 왕자에서도 사자와 마녀와 옷장에서의 아이들보다 조금 더 큰 모습을 볼 수 있다. 다행인 것은 - 루이스가 영화를 염두에 두진 않았겠지만 - 피터와 수잔은 캐스피언 왕자를 끝으로 나니아 연대기에서 모습을 감춘다는 것이다. 매 편마다 등장인물을 삭제해나가는 루이스의 이야기 방법 덕분에 영화는 시리즈물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얼굴과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커가는 헤르미온느를 보는 흐뭇함처럼 커가는 수잔의 모습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원작을 읽지 않은 관객은 매번 어떤 이야기가 진행될지 궁금해할 수 있을테니 오히려 더 좋지 않을까.

나니아연대기의 C.S 루이스와 반지의 제왕의 J.R.R 톨킨은 옥스퍼드의 같은 문학 모임의 친구였다. 이런 인연을 반영한 탓일까. 캐스피언 왕자에는 반지의 제왕 영화와 비슷한 신이 나온다. 에드먼드가 성에서 몸을 던지자 독수리와 같은 날짐승이 그를 받는 장면이라던가, 살아있는 나무가 미라즈의 군대를 공격하는 장면 - 원작에서 나무들은 사람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 , 물로 형상을 이루는 강의 신 장면들은 그에 대한 오마쥬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연대순으로 보자면 다음 영화는 새벽출정호의 항해가 될 듯하다. 그동안 루시는 얼마나 커 있을지, 리피치프의 활약과 유스터스의 캐스팅이 기대된다. 단연코 가족의 달에 가장 어울리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Posted by SeNSe

05 20, 2008 15:47 05 20, 2008 15:47
Tag
나니아 연대기, 캐스피언 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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