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위기 23장 [열기]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기념일을 만난다. 생일, 결혼기념일, 만난지 100일, 200일... 저마다 각종 기념할만한 일들을 기억하며 한해가, 또는 일정 기간이 지남을 기뻐하고 즐거워한다. 그 중에서 특별히 결혼기념일이나 교제기념일에는 특별한 선물을 하거나 즐길 거리를 누리며 함께 시간을 보내곤 한다. 적어도 기념일에는 서로가 주인공이 되며, 서로에게 집중하는 것이다.

바야흐로 이스라엘 자손들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시간 위에 있었다. 이집트에서 끌어내고 가나안으로 집어넣는 하나님의 거대한 계획을 몸으로 체험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이 일은 하나님께도 중요한 일 중 하나였다. 그래서 하나님은 이러한 일들을 기념으로 삼고 사람과 더불어 기뻐하고 기억하기를 원하셨다.

하나님은 기념일에 사람과 완전한 관계를 맺기 원하셨다. 연인과 함께 기념일을 보내는 처녀의 마음처럼, 하루종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둘이 함께 있음만으로도 만족하고, 서로의 눈을 바라볼 수 있음에 기뻐하며, 그 날만큼은 둘만이 세상의 전부가 되는... 그러한 기념일이 되길 원하셨다. 그래서, 하나님은 기념일에 노동을 금하셨다. 다른 아무 일도 하지 못하게 하셨다. 최대한 다른 곳에 눈을 돌리거나 신경을 쓰지 못하도록, 하나님 이외의 모든 것을 배제시키셨다.

언제부터인가, 주일이면 어디로 놀러갈까 궁리하고, 부활절이 지나갔던가 아직 아니던가 하고 있다. 추수감사절이 특별하지 않고, 절기헌금을 내는 것도 잊는다. 매일매일이 하나님과의 기념일이 되어도 모자랄터인데, 일년에 몇 안되는 날들까지도 무덤덤하게 지나가고 있다. 마치 갱년기의 부부처럼.

기념일을 기억하지 못하고, 함께 보내지 않는 나를 보며, 하나님은 얼마나 가슴아파 하셨을까. 화내고 혼내야지 했다가도 얼굴을 보면 다시 안아주시며, 꿰맨 가슴의 상처가 얼마나 많으실까. 똑같이 행하지 말라고 말씀을 주시는데도, 마치 매뉴얼을 보고 따라하는양, 그대로 답습하는 내 모습을 보며 얼마나 밉고, 버리고 싶으셨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나를 안아주시고, 웃어주시는 하나님을 난 알고 있다. 비록 내가 드리는 것이 작고, 그분과 보내는 시간이 적을지언정, 내가 돌아올때마다 기뻐하시는 하나님이심을 알고 있다. 한없이 죄송스럽고 고마울 뿐이다. 더욱 하나님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가기를, 하나님과 단 둘이 보내는 시간이 더욱 많아지기를 바라고 노력할 뿐이다. 부디 그리 되기를...
2007/10/05 15:27 2007/10/05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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