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심각하게 재정난에 시달리는 요즘이지만, 있을 건 있어야겠기에 휴가가 끝난 그제와 어제, 종일 카메라 사이트를 보고 다녔다. 그러면서 몇개의 기종에서 맘을 정하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었는데, 어제의 퇴근길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정작 카메라가 멀쩡할때는 잘 들고다니지도, 자주 찍지도 않더니만 고장난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이러고 있나. 카메라가 필요해서라기보다는 - 필요하긴 하다, 이레를 위해서도... - 무언가를 산다는 것에 더 희열을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사람마다 카메라를 갖고 다니는 시절이 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잠시 없는 것에 불편을 느낄 정도이겠는가. 그저 불분명한 소유에 대한 욕구일 따름이겠지.
오늘 이레에 대한 유아보험을 보다가 학자금 특약이라는 것을 보게 되었다. 한달에 몇천원에 불과한데, 1세부터 해마다 일정 금액이 나오는 게 아닌가. 보험회사는 뭘로 장사하나, 준다면 고맙게 받지요, 하는 생각을 하다가 작은 글씨로 뭐라뭐라 쓰여있는 것을 보았더니, 부모 중 한 사람 이상이 죽거나 그에 준하는 심각한 부상을 입어야 한다는 것이 아닌가. 그럼 그렇지.
어떤 블로거께서 지난 주말에 고인이 되셨다는 글을 보고, 또 그 블로그에도 가보았다. 사고를 당하시기 불과 며칠전에 올린 글에서 저장해놓은 사진이 지워질까 걱정하는 마음을 보았다.
내가 죽으면 우리 마늘님이나 이레, 가족들에게 얼마정도 주고 갈 수 있지만, 난 무엇을 가져가나. 먼 훗날 회상할 수 있도록 사진을 많이 남겨놓기도 하고, 글을 남겨놓기도 하고,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에 이러저러한 흔적들을 남겨놓지만, 결국 그것들은 남겨진 사람들을 위한 것이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난 이리도 소유에 목을 맬까. 내가 가져갈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덧. 그래도 카메라는 살거다.
Posted by SeNS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