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토록 귀하고 귀한 개발자이지만 처우는 나아지질 않는다. 여전히 개발자들은 휴일이나 낮밤이 없이 달리기도 하고, 형편없는 봉급으로 가정을 지키기 위해 허덕이고 있다. 조금이라도 중간에 새나가는 돈을 잡기 위해 프리랜서로 전향하기도 하지만, 불안정한 고용 상태에 스트레스는 더욱 쌓여가고, 과기처 단가는 문서 속에만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되어 낙심한다.
그러다가 결국 암담한 현실에 몸과 마음을 버리고 수없는 고민 끝에 관리자가 되어 운영이나 맡거나, 안전한 프로젝트의 매니저가 되거나, IT에서 손을 놓게 된다.
1년을 넘게 운용에서 그나마 편하게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다시 개발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물론, 이 생활이 얼마나 더 오래 갈지는 알 수 없다. 선배들만큼의 나이까지도 할 수 없을지 모른다. 이제 막 꾸린 가정이 더 힘들어질 것이 눈에 선하다. 배운 것이 도둑질이라 하지만, 나 역시 수없이 많은 생각 속에서 IT를 떠나는 상상을 한다. 나를 위해서도 가정을 위해서도 안개길 같은 이 길을 걸어가기는 힘들다는 생각도 많다. 의지박약도 있겠지만, 단순히 개발자의 마음 약함을 탓하기에는 환경이 너무 열악하다.
많은 SI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 노력하고 있다. 헐값에 단기간의 프로젝트 계획이 세워지고, 가격을 맞추기 위해 단가가 낮은 신입들을 대거 투입해 코딩만 시키고 있다. 물론,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결국 기한을 넘겨 패널티를 물고, 계획보다 더 많은 개발자를 더 비싼 단가에 불러들여 마구잡이로 준공을 마친다. 그렇게 프로젝트가 끝난 뒤의 전쟁터에는 누덕누덕 기워 입자마자 찢어질 것 같은 프로그램들과 상처투성이의 고객과 업체만이 남을 뿐이다.
지금의 시대에 IT 업체가 사라지거나 개발자가 고갈될 염려는 없다. 전산이 무궁무진한 신비의 세계는 아닐지라도 현대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기반인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거대 SI업체 한두군데만을 남기고, 1~2년차의 신입 개발자들만 남게될 최악의 상황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아니, 요즘처럼 업계 밖에서 업계의 현실을 잘 파악할 수 있는 시대에 IT로 집입하려는 업체와 개발자는 점점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서로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길을 몰라서 그 길을 걷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개발자는 희생해도 된다는 생각 때문인가.
되로 주면 말로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Posted by SeNSe




